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 이탈리아 복원사의 매혹적인 회화 수업
이다(윤성희)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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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미술관이 인간을 탐구한다고? 인간이 미술관을 탐구하는게 아니고? 절대적인 나의 고정 관념을 제목이 깨우쳐 주었다. 그런데 첫장의 문구는 더욱 매력적이었다. '우리 인생도 하나의 작품입니다' 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이며 작가의 안내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어느 새 나도 미술 작품들 속의 그림에 빠져들고, 화가들의 인간 탐구하는 고뇌에 같이 동조하고 있었다. 게다가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 작품이라는 소재만으로도 솔깃해서 책장을 넘기는 손이 설레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사람들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지면서, 질문하고 생각하고 깨닫는 것을 선으로 여기며 인간 지성을 탐구하는 미술을 이루었다. 그런 물음이 인문학에 대한 사색의 출발점이 되었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더 큰 지성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시대"가 르네상스 시대였던 것이다.

르네상스 화가들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공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재현하고자 했다. 공간은 자연과 도시로 나뉘는데 도시는 원근법으로, 자연은 물체 사이의 공기 밀도를 고려해 인간의 눈에서 멀이진 사물을 점점 흐리게 보이도록 그리는 대기 원근법으로 표현했다고 하니 그들의 섬세한 표현이 놀라웠다. 그런 균형의 질서를 갖춘 그림은 보는 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그걸 통해 균형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태도로 인해 여성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는데 친절하고 세련된 내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면의 순수성과 외적인 아름다움이 균형을 이룬 보티첼로의 <비너스의 탄생>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다고 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 속에는 인문학적 요소들이 들어있었다.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함, 인간의 지식을 포용하는 너그러움, 그리고 오만하지 않고 현명함을 삶의 모범으로 여기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가치를 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알게된 점이 초상화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자신을 응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놀라웠다. '나'를 응시하며 살고 있지 못하는 나에게 끄덕임을 가르쳐 주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재능과 열정, 그리고 감각으로 인간 정신의 질서를 세웠다. 인간은 존중받아 마땅하고 위대하고 대단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나약하고, 섬세하고 여리기도 하다. 그래서 본성과 이성의 조화를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의 내면을 돌봐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오신 어떤 분은 이 책을 들고 또 한번 이탈리아 곳곳을 둘러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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