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받아!!!

역사충돌
이종욱 지음 / 김영사 / 2003년 2월

책의 내용은 기존의 <한국사신론>관 국정교과서 <국사>로 대변되는 한국고대사의 통설에 대한 비판과 저자의 새로운 역사읽기를 제시하는 것이다. 저자는 국정교과서로 공부한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을거라고 하지만 실제로 국사에 별 관심없었던 사람들은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사료로서 인정함에 따라 발생되는 통설과 상치되는 부분이 뭐가 특별히 틀린지 잘 이해되지도 않을 것 같다. 어쨌든 핵심 두 가지를 이야기 하자면,
첫째, 건국신화와 삼국사기 초기 기록 등 지금까지 무시당한 사료들을 적극 활용하여 말로만 청산을 외치고 실제로 뿌리깊게 남은 식민사관의 잔재를 없애고 한국고대사의 잃어버린 수백년을 되찾자는 거고,
둘째, 현재의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민족의 개념과 민족주의적 목적을 가지고 전근대의 역사를 끼워 맞추거나 이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정말 아쉬운 것은 내용은 좋은데(내가 보기에 논리상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보여지지만) 글솜씨라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큰 문제다. 저자 말대로 자신은 기존의 통설을 지지하는 한국고대사학계의 주류와 역사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면, 책이란 무기고 출판이란 전술이다...그런데 무기와 전술이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하다. 책도 많이 출판하는 것도 좋으나 한 권을 출판하더라도 많이 다듬고 다듬어면 더 좋은 책을 낼 수 있을 것인데...솔직히 이 책을 읽다보면 한 권의 완결된 책이라는 느낌보다 수십개의 조금씩 비슷한 팜플렛들을 모아놓은 느낌이다. 문체자체도 호흡이 자주 끊어지고...하여튼 역사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많은 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럴려면 글 쓰는 것에도 좀 더 많은 노력과 퇴고가 필요할 듯...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역사충돌> 읽기 전에 <조각난 역사>라는 프랑스 아날학파에 대한 책을 읽는 중이었다가 다시 이어서 읽고 있으면서 드는 생각으로 저자 말대로 역사전쟁이란 패러다임간의 충돌임에 분명하지만 그 전쟁의 승리의 향방은 결국 헤게모니 장악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사실 저자도 서강대학교 정교수라는 명함이 있었기에 혼자서 싸워 올 수 있었던 거다.) 그래서 더욱 세련된 글쓰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