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혼자였다
미리암 케이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이상빈 추천 / 이숲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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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표지와는 달리, (물론 내용은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내용이고 마냥 밝지는 않다) 그림은 아기자기한 편이다.
2차세계대전 당시 두 모녀가 겪은 역사적 아픔을 현재와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그래픽노블이지만, 역사적 사건의 무게만큼이나 크게 다가온다. 연필로 그린 그림체는 소박하지만 오히려 그때문에 강렬한 체험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림체는 개인적 취향으로는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시대배경(유럽, 2차세계대전)과는 분명 어울리는 부분이 있다.

컷과 컷 연결과 구성은

마치 연필로 그린 그림일기의 연속 같은 느낌이다. 삽화의 연속 같은.
어떤 장은 독자로서 상당히 불친절하게도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흐름이 자연스럽지는 않은 부분이 좀 있는데

이는 미숙한 면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연출이자 개성이자 스타일이라고 본다.

 

국내 번역판의 마지막 장에 따로 있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상빈 위원의 해설이 특히 읽을만하다.
왜 그토록 서구문화에서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예술이 아직도 유효하게 읽히고, 여전히 화두인지 이해 할 수 있다. 아울러 비슷한 시기 우리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겪었던 역사적 아픔을 그들과 비교해 돌이켜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화도 나기도 한다.

 

국내에 유럽(특히 프랑스권) 그래픽노블 등을 번역 소개하는 해바라기 프로젝트의 번역인데,
번역이 좋다. 한글 번역판의 폰트도 연필로 그린 그림체와 잘어울린다.

만화나 그래픽노블은 다른 텍스트 문학과 달리, 글과 그림이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에

번역판도 폰트가 참 중요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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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식스 카운티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제프 르미어 글 그림,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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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젊은 만화가들 중 한명인 제프 르미어의 작품이다.

캐나다 그래픽노블 하면, 인디만화계의 자전적 만화로 유명한 3인조 - 세스, 체스터 브라운, 조 매트 (여기서 조매트의 작품은 난 잘 모르지만)를 먼저 떠올릴 수 있는데 제프 르미어는 그들에 비해 젊은 작가라고 하겠다.


작가 소개를 보면 1976년인 그는 원래 영화를 전공했지만, 자신의 고독한 성격에는 만화가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을 깨닫고는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영화를 전공해서일까, <에식스 카운티>의 구성이나 이야기의 전달방식이 영화적이라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그래픽노블이 스토리텔링을 내레이션으로 진행해나가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에식스 카운티>는 내레이션을 자제하고 인물의 대사와 배경만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영화적 연출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그의 그림과 구성은 과감하면서도 무척 섬세하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배경과 사람들의 정서를 잘 전달하는데, 이는 동시에 어떤 문학적인 성취를 느끼게도 한다.

 

신기한 일이다.
캐나다 에식스 카운티엔 가본 적도 없고, 이 좁은 섬 같은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가  저멀리 태평양 건너 시골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어떤 먹먹함을  감히 알 것 같다는 것. 나도 그 정서가 뭔지 안다고,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그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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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신 DIEU DIEU - 어느 날, 이름도 성도 神이라는 그가 나타났다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글 그림 / 휴머니스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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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박물관의 지하> 등의 작가 마르크 앙투안 마티외의 작품이다.


최근에 이 작가의 작품이 국내에 많이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3초>, <꿈의 포로> 시리즈 등.
쉽지 않은 책인데도, 이 작가의 팬이 국내에도 꽤 있는 것 같다.

 

그의 작품 답게, '지적 유희'가 가득한 책이다.
시작은, 어느날 자신이 신이라고 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그렇다, 진짜 신이다.
이후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마치 다큐처럼 보여준다. 신의 등장 이후 광고, 물리학, 종교, 미디어, 대중문화, 미술, 수학, 문학, 논리학,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여러 '풍경' 들이 등장한다.  

특유의 그림으로 각 분야의 여러 인용과 패러디, 풍자를 담아냈다.

작가는 <어느 박물관의 지하>에서도 느꼈지만 정말이지 대놓고, '거짓말'하는 재주가 신급으로 있는 듯하다.

이 작품에서 그 거짓말은 범우주적이라 스케일이 남다르다.
뻥도, 스케일이 남다르고 여러 영역을 넘나들면 예술적 경지가 되나보다.


작품에는 수 많은 인용이 숨어있다. 드러난 인용도 물론 많다.
그래서 각 장면에서 해당분야의 사람이 읽으면 아마도 키득거릴 수 있을 것이고, 타분야 섹션에서는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지을 듯 하다.
한번 읽고 재미를 느껴 덮어놓는 그래픽 노블이라기 보다는, 일단 책을 놔두고 이후에 내가 또 다른 텍스트가 쌓이고 난 뒤 읽을 때 또 다른 재미를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덧붙여,
한국 번역본 출판사가 '휴머니스트'인데
이 출판사는 책 표지에 하단에 제법 큰 글씨로'Humanist" 라고 적힌 로고가 늘 있다.
특히 번역본 그래픽 노블은 그 텍스트 로고가 참 거슬린다.
크기도 제법 크고, 텍스트라서 책의 표지에 오해를 불러일으킨달까. 시각적으로도 거슬리고. 때로는 거의 제목만한 크기다. 지은이 보다 더 큰 글자. 볼 때마다 출판사 책임을 알린다는 기능 보다는, 책 표지를 망치는 역할을 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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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왕 - 만화로 세계읽기, 돈
보두앵.오트.델 바리오.프뮈르 지음, 이승재 옮김 / 현실문화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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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제와 소재로 한 단편 만화 모음집이다. 다양한 프랑스권 작가가 참여했다.
짧은 4편이지만, 장르도 그림체도 다 다르다. 인상적인 작품은 <백만장자의 꿈>과 <다나에>이다.

표지에도 등장한 토마스 오토의 <백만장자의 꿈>은 우선 그림체가 개성적이다. 마치 먹지에 못으로 긁어낸 듯한 그림. (실제로 어떻게 작업했는지는 모르겠다)
대사 하나 없이 돈다발을 둘러싼 욕망의 고리랄까, 악순환을 잘 그려냈다.


프뮈르의 <다나에>는 한 괴짜 부자 이야기다. 그가 벌이는 소동극 인데 일종의 우화에 가깝다. 
어느 날 돈만 엄청 많은 부자가 그리스 신화책에 나오는 '황금 소나기'를  읽고, 이를 재현하고 싶은 순진하고 단순한 욕망에 사로 잡힌다. 그는 결국 실천에 옮기고 계획을 짠다.  자신의 전재산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금화를 비행선에 싣고 하늘에 올라가 그 금화를 뿌리는 계획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황금비'를 선사하기로 마음 먹고 설레한다.
드디어 사람들을 고용해 비행선에서 엄청난 양의 금화를 뿌리지만,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가 기대했던 행복한 모습이 아니라 끔찍한 광경이다.
그의 바람과는 반대로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금화를 맞고 죽어버린다. 하늘에서 금화가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길을 가다가, 그냥 서있다가 죽은 죄없는 사람들.
결국 많은 사람들을 죽인 그는 재판에 서게 되고 법정 공방을 벌인다.
하지만 재밌는 대목은 이 다음 부터다.

재판에서 그는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죄가 아니라 
금화의 불법 유통과 같은 여러 경제적 이유로 유죄를 선고 받고 감방에 들어간다.  


예전에 2007년 전후로 우리나라 만화가들의 성과 거짓말, 밥을 주제로 한 단편모음집 시리즈 <거짓말>, <BOB> <에로틱> 이 거북이 북스 출판사에서 나온 적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책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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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 MIT 경제학자들이 밝혀낸 빈곤의 비밀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이순희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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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목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책의 주제와 내용과는 다른 제목이 아닌가 한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 오해의 소지가 있는 국내번역 제목이다.

 

이책은 경제경영서인데, 이런 제목은 가난에 대한 일종의 인문학적 의미를 담은 책으로 오해가능하다.


"가난의 선택이 더 합리적이다, 가난은 합리적 선택의 결과다!" 라는 접근으로 오해 가능성 있다.

 

 

정작, 이 책의 내용은 가난한 사람 (빈곤층)의 선택은 합리적이지  않기때문에
빈곤 퇴치를 위해서는 그들을 올바른 선택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그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말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합리적'이라는 의미는,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악순환의 선택을 하는 데는 그들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책은 그들의 선택의 이유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다.

그 선택을 내리기까지의 그들 내부 '합리성'에 대한 부분에 대한 연구 말이다.


하지만
제목의 '합리'는 일반적인 '합리성'으로 오인될 제목이다. 명백히 잘못된 제목 아닐까.

차라리 다음과 같은 번역판 제목은 어땠을까.

<빈곤 경제학> -> 원제와 가장 가까운 제목. 차라리 이렇게 단순하게 했다면 더 많이 읽히지 않았을까.
<빈곤에 대한 오해들> or <가난에 대한 오해들>
<(빈곤을 끊는) 희망의 경제학>

꼭 지금 제목을 써야한다면
<가난한 사람이 의외로 합리적이다> 정도로만 했다면 어땠을까. ;


어쨌든 출판적인 부분에서 여러 아쉬움이 드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하는 '가난'은 1세계 구성원의 상대적 빈곤층이 아닌
제3세계 빈곤국가의 빈곤층 또는 1세계의 절대빈곤층의 '가난'을 의미한다.


"내가 가난하고 믿고 있고, 난 부자가 되고싶다!" 라고 생각하는 우리사회의 서민이나 중산층의 '가난'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더욱 더 이 책의 제목과 타겟팅은 커뮤니케이션에 노이즈(오해)가 많을 것이다.

 

책 내용으로 돌아가서,

 

책 내용은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책을 읽고나니

가난은 나라(임금)도 구제를  못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역으로 빈곤을 없앨 수 있는 건 나라다! 라는 생각이 든다.

오직 정부의 적극적 개입 즉 정치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역설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발도상국 이하에서는 정치 자체가 희망이 없으니 (변화하기가 힘드니)
빈곤퇴치는 더 요원한 일인가 싶기도 하고... ㅠㅠ

 

빈곤층은 교육기회와 정보가 부족하고, 먼 미래까지 보지 못하니

부정부패와 더 가까운 정치인을 뽑을 가능성이 높고 ,

결국 이들이 정치인이 되면 공동체의 빈곤 개선을 위한 정책보다는
일부 부유층을 위한 정책을 펼쳐서 빈곤은 더 악화, 고착화되는 방식이다.

 
경제(빈곤)와 정치(복지)의 악순환 이랄까.

 

결론은,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다.

정치인들이 선거시즌에서 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라고 하지만
결국 빈곤-경제의 해결방안은
"바보야, 문제는 결국 정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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