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왕 - 만화로 세계읽기, 돈
보두앵.오트.델 바리오.프뮈르 지음, 이승재 옮김 / 현실문화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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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제와 소재로 한 단편 만화 모음집이다. 다양한 프랑스권 작가가 참여했다.
짧은 4편이지만, 장르도 그림체도 다 다르다. 인상적인 작품은 <백만장자의 꿈>과 <다나에>이다.

표지에도 등장한 토마스 오토의 <백만장자의 꿈>은 우선 그림체가 개성적이다. 마치 먹지에 못으로 긁어낸 듯한 그림. (실제로 어떻게 작업했는지는 모르겠다)
대사 하나 없이 돈다발을 둘러싼 욕망의 고리랄까, 악순환을 잘 그려냈다.


프뮈르의 <다나에>는 한 괴짜 부자 이야기다. 그가 벌이는 소동극 인데 일종의 우화에 가깝다. 
어느 날 돈만 엄청 많은 부자가 그리스 신화책에 나오는 '황금 소나기'를  읽고, 이를 재현하고 싶은 순진하고 단순한 욕망에 사로 잡힌다. 그는 결국 실천에 옮기고 계획을 짠다.  자신의 전재산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금화를 비행선에 싣고 하늘에 올라가 그 금화를 뿌리는 계획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황금비'를 선사하기로 마음 먹고 설레한다.
드디어 사람들을 고용해 비행선에서 엄청난 양의 금화를 뿌리지만,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가 기대했던 행복한 모습이 아니라 끔찍한 광경이다.
그의 바람과는 반대로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금화를 맞고 죽어버린다. 하늘에서 금화가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길을 가다가, 그냥 서있다가 죽은 죄없는 사람들.
결국 많은 사람들을 죽인 그는 재판에 서게 되고 법정 공방을 벌인다.
하지만 재밌는 대목은 이 다음 부터다.

재판에서 그는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죄가 아니라 
금화의 불법 유통과 같은 여러 경제적 이유로 유죄를 선고 받고 감방에 들어간다.  


예전에 2007년 전후로 우리나라 만화가들의 성과 거짓말, 밥을 주제로 한 단편모음집 시리즈 <거짓말>, <BOB> <에로틱> 이 거북이 북스 출판사에서 나온 적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책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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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 MIT 경제학자들이 밝혀낸 빈곤의 비밀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이순희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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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목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책의 주제와 내용과는 다른 제목이 아닌가 한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 오해의 소지가 있는 국내번역 제목이다.

 

이책은 경제경영서인데, 이런 제목은 가난에 대한 일종의 인문학적 의미를 담은 책으로 오해가능하다.


"가난의 선택이 더 합리적이다, 가난은 합리적 선택의 결과다!" 라는 접근으로 오해 가능성 있다.

 

 

정작, 이 책의 내용은 가난한 사람 (빈곤층)의 선택은 합리적이지  않기때문에
빈곤 퇴치를 위해서는 그들을 올바른 선택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그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말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합리적'이라는 의미는,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악순환의 선택을 하는 데는 그들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책은 그들의 선택의 이유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다.

그 선택을 내리기까지의 그들 내부 '합리성'에 대한 부분에 대한 연구 말이다.


하지만
제목의 '합리'는 일반적인 '합리성'으로 오인될 제목이다. 명백히 잘못된 제목 아닐까.

차라리 다음과 같은 번역판 제목은 어땠을까.

<빈곤 경제학> -> 원제와 가장 가까운 제목. 차라리 이렇게 단순하게 했다면 더 많이 읽히지 않았을까.
<빈곤에 대한 오해들> or <가난에 대한 오해들>
<(빈곤을 끊는) 희망의 경제학>

꼭 지금 제목을 써야한다면
<가난한 사람이 의외로 합리적이다> 정도로만 했다면 어땠을까. ;


어쨌든 출판적인 부분에서 여러 아쉬움이 드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하는 '가난'은 1세계 구성원의 상대적 빈곤층이 아닌
제3세계 빈곤국가의 빈곤층 또는 1세계의 절대빈곤층의 '가난'을 의미한다.


"내가 가난하고 믿고 있고, 난 부자가 되고싶다!" 라고 생각하는 우리사회의 서민이나 중산층의 '가난'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더욱 더 이 책의 제목과 타겟팅은 커뮤니케이션에 노이즈(오해)가 많을 것이다.

 

책 내용으로 돌아가서,

 

책 내용은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책을 읽고나니

가난은 나라(임금)도 구제를  못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역으로 빈곤을 없앨 수 있는 건 나라다! 라는 생각이 든다.

오직 정부의 적극적 개입 즉 정치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역설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발도상국 이하에서는 정치 자체가 희망이 없으니 (변화하기가 힘드니)
빈곤퇴치는 더 요원한 일인가 싶기도 하고... ㅠㅠ

 

빈곤층은 교육기회와 정보가 부족하고, 먼 미래까지 보지 못하니

부정부패와 더 가까운 정치인을 뽑을 가능성이 높고 ,

결국 이들이 정치인이 되면 공동체의 빈곤 개선을 위한 정책보다는
일부 부유층을 위한 정책을 펼쳐서 빈곤은 더 악화, 고착화되는 방식이다.

 
경제(빈곤)와 정치(복지)의 악순환 이랄까.

 

결론은,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다.

정치인들이 선거시즌에서 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라고 하지만
결국 빈곤-경제의 해결방안은
"바보야, 문제는 결국 정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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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베러 블루스 - 재수 듣고 그리다
재수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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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일상을 사는 회사원이 있다. 학창시절 밴드를 하고 군대시절엔 군악대를 하면서 음악의 열정을 키우기도 했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어제의 이야기일뿐. 오늘은 숫자와 씨름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


어느날 태풍 블루스가 상륙할 것이라는 뉴스가 들리고, 지리멸렬한 삶을 살던 그에게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펼쳐진다.

 

평범한 회사원이 어느 날 일상을 벗어나 다른 세계를 접하는 설정(그리고 잠시 꿈을 꾼듯 다시 돌아오는)은 언뜻 익숙하다. 그렇지만 곳곳에 대사와 씬(컷) 표현에서 작가의 개성이 가득하다.

 

 전체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작은 부분인 씬은 좋은 편이다. 특히 이야기 초반 구성과 표현 등에서는 작가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중반 일상을 벗어나는 이후 부분에서는 개성을 찾기 힘들다.

그때 부터는 대사도 그렇고, 표현도 ...
많은 부분 아쉽다. 예를 들어 이런 부분.

 

"Jazz에는 명곡이 없어, man.  명연주만 있을 뿐. 굳어있지 말고 솟아나는 걸 뿜어내 봐! 그게 바로...."


(다음 페이지)

 

Jazz 니까.

음 연습은 이만하면 충분한 것 같군."

 

절정부분의 이런 대사와 구성은 작가는 꽤 진지하게 쓰고 그린 것 같은데,
독자로서는 좀 오글거리다 못해 코믹스럽다. 종종 개그 프로에 이런 개그 소재도 나오지 않나. (이를테면 요즘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레전드> 코너에도)

 

그래도 이 작품이 작가의 일종의 데뷔작인 셈인데, 표현력이 좋은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그의 작품이 기대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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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크레이그 톰슨 지음, 박여영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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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번역본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텍스트를 일일이 손글씨 작업하였다. 원본과 비교해가면서 꼼꼼하게 최대한 원본의 손글씨 느낌을 한글로 되살려 놓은 수고에 우선 박수를. (손글씨- 정은규)

 
미메시스는 정말 이런 부분은 칭찬할 만하다. 다른 출판사도 이런 부분은 좀 배웠으면...

(물론 결국은 시간과 돈 문제겠지만, 그 때문에 책의 가치가 올라가고 독자 역시 알아보니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한다.)

 

작가 크레이그 톰슴의 자전적 이야기다. 미국에서 2003년에 이 책이 출간되었으니 1975년생인 작가에게 이 창작 과정은 20대가 끝나갈 무렵, 자신이 성인이 되기까지의 어린 시절과 10대의 성장통을 되돌아보는 일종의 치유 같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담요>는 먼저 사랑 이야기다. 첫사랑, 한 겨울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담요 같았던 청춘의 사랑 이야기다. 
그리고 한 사람의 마음에, 그의 선택과 관계 없이 자리 잡은 죄책감과 '속죄'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처럼 늘 따라다니는 종교의 그림자에서 그가 어떻게 벗어나고 성장해나가는 가에 관한 이야기다.
그가 겪은 하나의 성장담이 종교와 가족, 그리고 첫사랑의 이야기가 맞물려 정서적으로 펼쳐진다.

 

"어린 애인 내눈에 비친 삶은 너무나 끔찍했기에 난 틈만 나면 좀 더 살기 편한 곳으로 도망가는 꿈을 꾸었다."

 

보수적인 기독교 부모와 공동체 속에서 성장한 소년의 과거는 밝지 않았다. 그에게 끔찍한 과거의 탈출구는 꿈나라와 그림 뿐이었다.

그렇지만 크레이그 톰슨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특유의 따뜻한 시선은 거두지 않는다. 과거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은 순수한 감성을 그대로 전달한다. 분명 무거운 이야기지만, 따뜻한 정서가 느껴진다. 작가의 부드럽지만 어른스러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자신이 겪은 죄책감을 읽는 이에게 까지 줄 필요는 없었다고 판단 한 것 같다.

 

"하나님, 죄송해요"

 

어린시절 백지 같은 아이에게 종교가 심어준 세계관은 그에게 있어 구원이기 보다는 죄책감이다.
10대시절, 그 것을 벗어나게 해 준 것은 사랑이었다. 바로 고등학교 성경캠프에서 만난 레이나.

그에게 그녀는 완벽한 아름다움으로서, 하나의 뮤즈가 된다.


하늘 위에 있던 신이 지상의 신이 되어 나와 만나는 순간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 역시 그에게 구원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눈이 내리는 한겨울 같은 시기를 보내고, 그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이 책에서 두가지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첫번째, 어린시절 종교심이 충만하던 때, 신 때문에 자신이 예전에 그린 그림을 불지르는 장면이다.
그리고 그에게 그 신은 이후 뮤즈(레이나)로 대체된다.


이후 스무살, 그는 또 다시 레이나와 함께 한 기억들을 편지, 사진들과 함께 모두 불에 태워버린다. 단 그녀가 준 담요만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이 두 '불'을 거친 후, 그리고 그는 스무살 생일 후에 독립을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찾아 나간다. 집을 떠나 더 큰 세계를 만나면서 어린시절 부터 자신을 옭아매었던 종교에 대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회의하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간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성장기를 거친 바 있어 공감을 많이 하면서 읽었다. 종교적 죄책감과 사랑에 대한 부분들은 나의 과거와 비록 내용은 다르지만 어떤 경험의 질이나 성격이 비슷해 많은 부분 공감했다.

 

책 제목이 '담요'인데, 책에서 담요 역시 두 가지가 등장한다.
어린시절 좁은 침대에서 덮고 자던 담요와, 레이나가 선물해주고 같이 덮던 담요가 그것이다.

좁은 다락방에서 끔찍하게 보낸 어린 시절이었지만 동생과 함께 덮던 담요는 자신을 덮혀주고 꿈을 꾸게 해준 담요다. 이 담요는 순수이자 추억이 밴 물건이다.


사춘기가 시작되고 레이나와 함께 한 위스콘신의 겨울 담요는 첫사랑 그 자체다.

그를 구원한 건 하늘 위의 아름다움도, 타인의 아름다움도 아닌
자신 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 부터였을 것이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그는 일종의 동경이나 숭배같은 레이나를 떠나 보내고 진짜 '첫 사랑'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래픽 노블로서의 예술적 성취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작품 속 주된 소재인 담요가 주는 정서적 느낌이 작품 내내 살아있다. 겨울, 눈 등 배경과 잘 어우러져 한편으로는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자전적 성장담과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데도, 전편에서 일관되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그래픽노블이다.

 

특히 글로서는 표현하기 힘든 섬세한 감정이나 분위기를 그림과 이미지로 전달하는 부분은 탁월하다.
"무늬를 이루며 쏟아져 내리는 눈속에서는 공간감도 깊이감도 모두 사라진다" 같은 내용을 담은 장면들은 단순하지만 참으로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꼭 그 속에 있는 것만 같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한 개인이 겪은 어떤 한 시기 삶을  타인이 예술작품을 통해 온전히 같이 경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가장 위대한 여행은 한 사람의 내부로 들어가보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런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
레이나 가족 중 로라와 오빠 벤이 나오는 장면은 너무 좋다.
로라와 벤의 그림은 정말 사랑스럽다. ^_^
로라의 부모가 입양한 벤과 로라는 각각 다운증후군과 지적장애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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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의 공황장애 탈출기
올리비아 아지몽,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유진원 옮김, 윤호경 / 이숲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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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아지몽이 겪은 공황장애와 치료기를 만화로 엮은 책이다.
공황장애에 대한 국내 정신건강 의학 전문의의 해설과 소개가 있으며 원작 역시 전문의 해설이 함께 있어 공황장애에 대해 알기 쉽게 소개하고, 치료과정을 담고 있다.

공황장애 치료에 대해 개략적인 소개를 담고 있는 읽기 쉬운 얇은 책이다.

관련주제를 전공수준이나 학술적인 면보다는 일방인에게 소개하는 수준이다.

 

그림체는 호불호가 갈리는 그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이 완성도가 좀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되는데,

반대로 어떤 면에서는 이 책의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뭔가 우스꽝 스런 그림이 오히려 공황장애란 병 자체도

 넘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다소 가볍게 다가오는 효과?랄까) 


그래서 이 책의 장점은 어쩌면 다른 데 있다.

공황장애에 대한 정보 제공보다는, 공황장애에 대한 독자의 접근 측면에서 장점이 있을 수 있다.

가볍고 유머스러운 그림만큼이나
아마도 공황장애라는 병을 그리 심각하거나, 무겁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책 표지에도 나와있듯이 "겁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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