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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없어 ㅣ 꿈꾸는돌 45
김지현 지음 / 돌베개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자는 없어>라는 책은 거제라는 지방에 사는 학생이 학교 생활, 친구, 미래 등에 대한 고민을 하며 지방에 남을 것인지 멀리 도시로 떠날 것인지를 고민하는 이야기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고등학생들은 모두 참 그때의 나와 닮았다는 것이다.
나는 청소년기를 어쩌면 유자보다 더 시골인 지방에서 보냈다. 초등학생 때는 전학을 자주 가서 무려 4개의 학교를 다녔다. 해민이가 하는 고민처럼 내가 1년밖에 안 다닌 학교의 졸업앨범에만 내가 남는다는 게 싫었다. 이전 초등학교들에서 만났던 친구들에게는 나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것, 그리고 나에게도 그 친구들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건 꽤 슬픈 일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영화를 너무 좋아했는데 영화를 볼 돈이 없었고, 아빠는 대학생이 되면 매일매일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으니 그때 하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저 멀리 있다. 성인이 될 대학생인 나보다 저 멀리 대학을 목표로 하는 도시가 훨씬 멀었다. 내가 지금은 절대 갈 수 없는 곳 같았다.
나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살겠다고 고등학생이 된 뒤로 매일 다짐했다. 같은 지방 친구들이 거의 진학하지 않는 도시로 대학교에 진학하여 정말 매일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수영이가 가장 친한 친구인 유자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실패하고 힘들어한 이유는 이런 나의 실패와 좌절이 나의 세계가 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고 보면 별것 아닌 하나의 불합격, 취향의 작은 제한에도 고등학생의 세계는 쉽게 무너진다.
나는 그 어두운 세계를 혼자 걸었지만, 수영에게는 상처와 실패, 구질구질한 단점 같은 것들로 끝없는 좌절로 빠져들 때 ‘그건 아니지’라고 말 걸어주고, 너를 위로하기 위해 네가 뭐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알고 싶다고 하는 지안이(유자)가 있다.
중학생 때보다 더 커진 세계에서 공황 증세가 올 정도로 힘들어하는 지안(유자), 고등학생이 되며 겪는 실패와 좌절에 어두운 터널을 걷는 수영, 고향이라고 말할 곳이 없다고 하는 쓸쓸한 해민이. 이들은 만나 함께 같은 시간에 영화를 재생하고 대화를 나눈다. 이 친구들이 거제라는 지방에서 겪는 하루하루는 지방을 벗어나야 해결되는 문제도, 대학생이나 어른이 되어야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지금 와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서로가 괴로워하는 사실을 알고 위로해 주고, 네가 왜 힘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루하루 그저 버티는 것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