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 더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을 위한 철학의 지혜
천자잉 지음, 박주은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이 책의 저자인 천자잉은 서양철학과 교수이며, 중국인이다. “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는 이 책의 제목이자 이 책이 던지는 물음이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첫 번째 글 <반달곰 구조 활동은 중요한가>에서 던지는 질문은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봤을 법한 의문이다. 동물구호에 몸을 아끼지 않는 어떤 이를 보며 누군가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많은데 왜 굳이 동물을 돕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술을 마시고 있는 누군가에게 왜 반달곰을 구하지 않느냐고 묻지는 않는다고 한다. 반달곰을 구하는 누군가에게 차라리 사람을 도우라고는 하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도와야만 도덕적이고, 모든 사람이 도움을 필요로 않는 그런 상황이 되어서야 동물을 도아야 하는 것일까? 어떤 것이 도덕적인 삶일까? 사람을 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가?

 

저자의 이러한 질문은 한편으로 마이클 샌델 교수를 떠오르게 한다. 물론 천자잉은 샌델 교수와 던지는 질문도 다르며, 그 질문의 답을 구하는 스타일도 다르지만 말이다. 샌델 교수의 책을 통해 우리가 정의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고 그것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서는 도덕, 철학, 좋은 삶과 같은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서양철학을 전공했지만 동양의 고전에 대해서도 해박하다. 저자가 예로 들고 있는 동양고전의 구절들은 한국인에게도 매우 익숙하다. 그런 면에서는 와 닿는 부분도 많지만, 저자가 매우 자연스럽게 언급하고 있는 중국의 어떤 인물들은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소한 것들을 제외한다면 이 책은 주제가 다소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잘 읽힌다. 번역도 매끄러워서 책을 읽어나가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서양철학자의 책만이 넘쳐나는 도서시장에서 동양철학자의 책을 만나보니 반갑기도 하다. 삶에서 동서양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정서적인 면에서 동양적인 것이 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동서양의 사상을 모두 아우르는 저자의 드넓은 사유를 이토록 쉽게 풀어썼다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다음 구절을 저자는 글 쓰는 내내 신조로 삼았는지도 모르겠다. 독자는 알아보지 못하고, 저자 본인만 알아볼 수 있는 글쓰기를 하는 이들 역시 다음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면 좋겠다.

 

자신이 쓴 글을 다른 사람에게 낭독해보게 한 뒤, 그가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린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글쓰기”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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