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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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아프기만 했던 우리들의 성장사

 

왜 성장은 아픈 것일 수밖에 없을까?

 

요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는다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책이 한때 금서로 지정되고 청소년들에게 읽혀서는 안 되는 책에 손꼽혔다는 것은 아득한 과거의 일이다. 오히려 요즘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고 말하는 편이 더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이제 반드시 읽어야 할 그런 책의 목록에 당당히 올라있다. 앞으로는 그 옆에 나란히 분리된 평화가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분리된 평화의 주인공 진 포레스터는 다른 해도 아닌 바로 1942년에 열여섯 살을 보냈다. 전쟁의 숨 막히는 분위기가 일상을 지배했던 그 때, 그들은 그럼에도 잠시 전쟁에서 비껴 나와 분리된 평화를 만끽하고 있었다. 기숙학교의 사소한 규칙들을 어기고,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그들의 반항 방식이었다. 하지만 전쟁보다도 진의 마음을 어둡게 지배하고 있던 것은 그의 친구 피니어스였다. 진은 운동에 뛰어나고, 재치가 넘쳐 어떤 난처한 상황도 매끄럽게 넘어가곤 하는 피니어스에게 질투를 느끼고, 그는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감정으로 친구인 피니어스를 위험으로 밀어 넣고 만다. 사건은 찰나의 순간에 일어났다.

 

하지만 진은 죄책감과 진실이 밝혀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한다. 진의 맘속에서 떠오르는 수없는 갈등 못지않게, 피니어스의 마음속에서도 복잡한 생각들이 떠올랐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자신을 고의로 위험에 빠뜨렸다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친구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인간관계가 순수한 믿음과 애정에만 기초하고 있지는 않다. 그 사이사이를 지배하는 것은 오히려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들이다. 우리는 부모나 형제, 심지어 연인에게서도 때때로 알 수 없는 질투를 느낀다. 질투는 인간의 본성 중에서도 가장 고약하면서도 가장 제어하기 힘든 감정일지 모른다. 질투는 상대를 파괴하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기에 가장 두려운 것이기도 하다. 진이 피니어스에게 느꼈던 것은 그런 감정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허망한 것은 그런 질투가 결코 쌍방의 것이 아니라 진만의 일방적인 것이었다는 데 있다.

 

진과 피니어스의 성별을 지워버리고 그들을 여성으로 대체한다 해도, 또는 1942를 지우고 2014를 써넣는다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1942년의 그들과 2014년의 우리 사이에 커다란 거리감은 없다. 우리는 국적, 성별, 시대에 관계없이 모두 성장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것이기에.

 

1942년의 전쟁은 차라리 나은지도 모른다. 그것은 적에게 총을 겨누어야 했던 시기니까. 오늘날의 우리는 친구에게 총을 겨누고, 친구와 경쟁해야만 한다. 우리는 오히려 전쟁이 지배했던 그 때보다도 분리된 어떤 평화도 누릴 수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진과 피니어스처럼 분리된 평화를 누리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런 평화를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 인생에서의 가장 큰 적은 어쩌면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문예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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