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싫어 하는 일을 위한 적절한 길이의 시간을 찾아야한다.

남들에게 보여질 일도 없으며, 남들이 관심도 없을 적절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대로 남아 있는 주변이 날 선 메아리로 퍼져나가도,
그대로 머물러 무지함을 반복하지 않을 잊혀지지 않을 공감을 만들어가야 한다.

낯섦이 시작과 끝을 반복하며 내 자리가 없어 보이고,
멍한 생각들이 빈 공간은 채워가며 관심 밖의 사람이라도.

꼼짝없이 사람이다. 사람으로 머무른다.

-<아몬드>를 읽고 쓴 시평-

<아몬드>를 읽고 나서 여러 장면들이 겹쳤다. 그래서 장면이 겹친 상태로 글을 쓰다 보니 서평이 시평이 되었다.

사실 이 시평은 2019년에 썼다. 그땐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도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라는 구절을 가장 중심에 두고 썼었다.

윤재가 생각하는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교훈이라 와닿은게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잊혀지지 않을 공감‘이란 표현을 열심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책과 서평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윤재가 아몬드를 먹는 장면과 선생의 무지한 행동이었다. 이 두 장면의 대비가 이루어졌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치열히 살아가는 존재인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오만한 예의들이 많은지.

이런 상황을 버티기 의해선 얼마나 많은 무감각과 섬세함을 왔다갔다 해야하는지. 내가 가진 오만한 예의는 없는지.

대비 속에서 결론 없이 머무르는 중이다.

<아몬드>는 청소년 소설이다. 그래서 구매하는 데 오래 걸렸다. 구매 순서가 밀리고 밀렸다. 다른 사람들이 읽을 땐 나는 다른 책을 봤다. 하지만 그게 더 잘 된 일 일지도 모르겠다.

감정에 인지가 어려운 윤재. 어떤 일에 무감각한 느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때 봐서 무감각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교훈적인 청소년 소설‘이란 말을 길게 늘어 놓는 리뷰를 쓰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튼, 떡볶이 -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아무튼 시리즈 25
요조 (Yozoh) 지음 / 위고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소하고, 차분하게, 유쾌하다.

주식으로 먹던 떡볶이집 두 곳이 있다. 한 곳은 초등학교 때, 한 곳은 중학교 이후. 두 떡볶이집 모두 지금은 문을 닫았다. 이후론 정해진 단골집 없이 적당히 돌아가며 지내고 있다. 사실 가족 중 누군가가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 한 먼저 사먹는 일이 별로 없다. 일 년에 2~3번 쯤.

<아무튼, 떡볶이>는 떡볶이로 관통하는 요조님의 소소함과 소심함 사이에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 현재 내 디폴트 값이 딱 그렇다. 호와 불호를 명확히 하는 사람들이 부럽지만, 난 그냥 다 좋다고 말한다.

나에겐 좀 길고 굵은 곡선 하나를 지나 온 후 다시 그런 곡선을 안만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인 디폴트 값이다. 그냥 무엇인가 싫어하면 또 굴곡이 올 것 같아서 썩 마음에 들지 않아도 ‘괜찮다‘하고 넘어간다.

그런 나에겐 내 기분을 잘 표현해준 책이다.

그리고 전체 글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외할머니를 제외하고 가족들이 이름으로 소개된다. 이 부분이 난 가장 마음에 파고 들어 왔다. 그냥 그렇다. 왜그런지는 정확히 표현할 말이 없어 넘어간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만든 떡볶이는 내 취향은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섧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으며 생각한 느낌이다. SF소설을 읽을 때 항상 느끼는 건 기술의 발전과 비례하지도 반비례하지도 않는 규칙성 없는 인간성이다. 기술이 발전해 편리함은 얻었는 데 여전히 인간은 외롭고, 처량하다.

빛은 겹치면 흰색이 된다. 기본적인 상식이다. 한 겹, 한 겹 겹치다 보면 흰색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흰색 빛을 보고 어떤 색을 겹친건지 알 지 못한다. 마치 우리의 표정같다. 무수히 많은 표정들이 겹쳐서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읽어낼 수 없다.

이 소설에서 정확히 ‘어떤 표정‘이라 상상할 수 없는 지점들이 있다. 안나의 무덤덤해보이는 표정, 보현의 우울과 우울체, 지민과 은하의 용서할 수도 용서 받을 수도 없는 관계. 분명 내 마음에 와닿고, 왜 그런지 알 것 같지만 내 얼굴의 표정으로 만들어 낼 순 없다.

그런 백색의 표정들이 떠오르는 소설들이다.

˝그 말을 작정하고 마음에 새긴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수용소로 가져갔다. 그 말이 나와 동행하리라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그런말은 자생력이 있다.˝ -숨그네, 헤르타 뮐러.

이미지와 글의 차이점 중 하나는 서순의 역할이다. 이미지는 통합적이고, 제시되는 순서가 정해져있지 않다. 반면에 글은 분절적이다. 어떤 표현을 먼저 제시하는가에 따라 생각의 틀이 변화한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을 때 첫 목차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이글 전체를 끌고 갈 아이디어, 문장들을 나도 모르게 가지고 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처음 가지고 간 문장은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거야.˝(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이다.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 속 세계관을 적확하게 표현해줄 수 있는 작가님의 표현 아닐까 한다. 복잡하고 심오하고 철학적인 맑음과 선함이다. 아픔을 알기에 선할 수 있는 그런 세계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없다면>을 아직 안 읽은 사람이 있다면 좀 더 기다렸다 읽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소설들은 미래의 독자들이 읽을 때도 자체적인 발화력을 가질 것이다.

다만 이미 읽었던, 앞으로 읽던 모든 독자들에게 질문을 남기고자 한다.

백색의 표정을 본 적 있는가
백색의 표정을 지어본 적 있는가
백색의 표정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면 지민 자신이 건강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줄 준비도 되지 않은 게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