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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읽는 그림 - 수천 년 세계사를 담은 기록의 그림들
김선지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12월
평점 :
#시간을읽는그림 #예술책 #세계사 #김선지작가 #블랙피쉬 서평 도서제공
<시간을 읽는 그림>은 역사책이지만 마치 소설을 읽듯이 첫 인류 문명부터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흥미로운 부분들을 지금까지 남아있는 기록화, 명화 작품들을 통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을 이 책 한 권으로 커다란 줄기를 파악해 가며 퍼즐 맞추듯 이어나갈 수 있어 굉장히 유익하며 눈에 익은 그림들에 숨겨진 깊은 사연들을 접하니 세상에 아무 연유 없이 만들어진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고대 이집트 사회는 현대의 사회 못잖게 평등하고도 자유롭고 유희를 즐길 줄 알았는데 그 옛날의 사람들이어도 충분히 지금과 같은 높은 의식을 가질 수 있고 오히려 지금보다도 순수한 생각을 가진 것 같아 신선했다. 한편 스파르타의 영아 살해 관습은 적자생존이라는 잔인하고 냉혹한 그곳의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묘사된 피렌체의 팬데믹 풍경은 얼마 전 우리가 겪은 코로나 사태의 전 세계 풍경과 흡사해서 악몽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래도 우리는 의료시설이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중세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잘 대처했지만 그 옛날의 팬데믹은 시체가 거리에 쌓이고 아무 처리도 하지 못하며 병은 더욱 빠르게 번져갔을 것이니 그림만 봐도 정말 끔찍하다.
아즈텍 문명에 관해서 거의 지식이 부족했던 터라 이 책에서 여러 기록화들과 함께 비교적 자세히 접할 수 있어 유익했다. 특히 인신공희라는 풍습은 지금의 인류에게는 꽤나 충격적일 정도로 잔인하지만 후에 저자 김선지가 말하듯 어느 시대이든 인간의 잔인함은 어떤 모습으로라도 존재함을 감안하고 본다면 그저 자국의 영속과 번영을 위한 그들만의 문명이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잔인함의 또 다른 모습의 예로 카스트라토를 들 수 있다. 성공한 카스트리토들은 겉보기에 화려하고 호화롭지만 성공을 위해 어릴 때 거세하고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아마 엄청났을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카스트라토, 파리넬리도 지금의 팝스타와 같은 인기를 누렸지만 명확하지 않은 성정체성과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결국은 사회의 어느 층에도 속하지 못하는 외로운 존재가 아니었을까. 또한 성공을 위해 수많은 어린 남아들을 일찍 거세시키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대다수의 성공하지 못한 남성들은 결국 조롱과 멸시를 받으며 소외된 삶을 살았다고 한다.
프랜시스 벤자민 존스턴의 사진 ‘뉴 우먼으로서의 자화상’ 은 담배와 맥주잔을 들고 있는 여성을 찍은 것인데 그 포즈가 너무나 당당하고도 매력적이어서 현대에 촬영된 화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인권 의식은 이처럼 뉴 우먼, 서프라제트 운동, 제1,2,3 물결 페미니즘을 통해 더욱 높아지고 그러한 분투와 노력들은 단지 여성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자유와 평등을 확장하는 인권 도약의 발판이었다.
인류는 이처럼 셀 수도 없이 다양한 모습의 시행착오를 겪어오며 지금의 수준 높은 인권의식과 문화,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안 보이는 곳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유린 행위들이 여전하지만 인류는 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글, 그림 등으로 기록하는 유일한 생명체이기에 지난 역사들에서 배우고 갱신하여 더 고귀한 문명을 일구어 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좋은 책 제공해주신 출판사 블랙피쉬 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