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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그리고 치유 - 슬픔을 건너는 매일 명상
M. W. 히크먼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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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겪는 '상실'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나의 작고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이룰 수 있을 것만 같던 일이 불발되거나 가깝던 사람이 물리적/심리적으로 멀어지거나... 등등. 물론 그 아픔의 정도를 감히 판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의 상황들을 막론하고 가장 뼈아프고 심장 깊숙이 새겨지는 상실은 가족의 죽음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예상하지 못한' 가족의 죽음 앞에서는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까' 하는 총체적 딜레마에 빠져버리는 모습을 가깝게 경험했기에, 책 '상실 그리고 치유'에서 저자가 딸을 잃은 슬픔과 고투하는 모습이 자석의 다른 극이 서로 끌리듯 내 가슴에 착착 날아 붙는다. 저자 M. W. 히크먼은 갑작스럽게 사고로 딸을 잃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끝없이 사유했으며 그 과정을 도움이 되었던 문구들, 명언들과 함께 이 책에 담았다.
나도 가까운 경험을 통해 어떻게 이 상황을 판단하고 소화해야 남은 가족들도 떠난 사람도 모두 괜찮을 수 있을까에 대해 나름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삶이 목적인 인간에게는 가장 큰 비극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인간세계를 벗어나 우주전체를 본다고 상상하면 죽음이란 어찌 보면 다음의 단계로 가기 위한 자격을 획득한 경우가 아닐까 한다. 그만큼 남은 사람들보다 더 고귀한 존재로 승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가는 모습이 괴로웠거나 힘들었을지라도, 인생에서도 모든 문턱은 쉬운 법이 없듯이 다른 삶으로 넘어가는 과정 또한 더더욱 모두에게 괴롭다. 이것은 물론 사고 후 오랜 세월에 걸쳐 생각이 이렇게 저렇게 바뀌고 난 후 현재의 정리이다. 극히 이성적이던 사람도 가족의 죽음 후엔 실질적 삶을 넘어 영적 세계, 조금은 허황되어 보이는 영역에까지 사고의 경계가 확장되어 버리는 것 같다.
이처럼 남은 가족은 그 상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갱신해 가며 자신의 삶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 지난한 과정에서 주변인들의 안내와 배려들, 좋은 책들, 특히 철학적, 영적 명언들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그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의 변화를 겪든 그 과정의 종착점은 '마음의 평안'이어야 한다. 그 평안이란 것은 생채기의 흔적은 분명 있지만 생채기 없는 편안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공간의 왜곡을 망라한 n차원의 깊음이요, 자신의 시각의 추를 미래로 돌리는 가장 빠른 방도라 하고 싶다.
'우리의 집착과 근심의 단추를 조종하는 사람은 우리 자신이며, 바로 앞에 있는 시간과 순간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잘해나갈 수 있다.' - 176p
이 책은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한 많은 사람들, 또 앞으로 상실을 경험할 사람들에게 하나의 부표가 되어왔고 될 것이다. 책은 1월에서 12월까지의 열 두 섹션으로 나뉘어 있지만 저자의 갈리고 닦인 사유의 시간은 인간세상의 1년이 아닌 영겁의 세월을 단위로 측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고 내 나름의 노력들이 그래도 괜찮았음을 알게 해 준 저자에게, 그리고 좋은 책 제공한 문예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