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우연을 믿습니다. 그리고 나는 오직 우연에서 우연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입니다.’
니콜라 드 스탈의 이 말은 어떤 두려움도, 틀도 없는 순백한 영혼임을 나타내는 것 같다. 사람은 계획이 있어야 하거나 자신의 비전이 있어야 하거나 자신의 앞날을 설계해야 한다는 짐을 지고 산다. 하지만 이면에는 뜻밖의 유쾌한 우연이 있길 바라고, 그 우연이 필연이 되길 바란다. 노력을 하면서도 내 노력보다 더 좋은 일이 있길 바란다. 그것은 나쁜 것도 숨겨야 할 것도 아니다. 스탈처럼 자신의 날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때, 삶이라는 진정한 종합예술이 엮어진다.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은 예술의 거장들의 널리 알려지지 않은 풍부한 일화를 통해 그들의 깊은 내면과 삶의 모습과 예술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페피엇은 편집자, 평론가, 큐레이터 등 예술관련된 여러 활동 을 하면서 수많은 예술가들을 만나고 인연을 맺었다. 그 경험과 기록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시대에 짧게, 길게 명성을 떨쳤던 예술가들의 전해지지 않은 면들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반 고흐 부분의 마지막에 ‘반 고흐가 발휘하는 불멸의 천재성의 근원은, 그가 내면의 혼돈에 부여한 질서다.’라는 문구가 어쩌면 이 책에 소개된 모든 예술가를 한마디로 요약해 주는 것 같다. 선천적인 천재이든 노력형의 천재이든 자신 안의 많은 것들을 표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성질(?)을 타고난 건 공통점이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 안에서 자신을 최대한 온전하게 지켜나갈 수 있는 체계를 생애 내내 끊임없이 수립하고 고쳐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최대한 모두에게 안전하게 표현할 방법으로 예술을 택한 것이 아닐까.

허울뿐인 사람들만이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오스카와일드의 생각은 또 다른 사고의 여지를 준다. 피카소도, 프란시스 베이컨도, 데이비드 호크니도, 그리고 달리도 자신의 패션이나 치장을 통해서도 자신을 내보였다. 또한 호안 미로처럼 시와 그림을 하나의 작업으로 여겼던 예술가들도 있다. 패션과 문학에의 관심은 나도 비슷한 면이 있어, 그림을 그리는 내가 평소에 해오던, 그림에만 정신을 쏟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주입식 염려에 따뜻한 우유를 부어 안심을 주는 느낌이었다.

한 사람은 여러 자아를 가지고 있다. 그것 모두를 고스란히 느끼고 지키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나에 집중하고 그 하나를 자신의 캐릭터로 삼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예술가의 대다수는 아마도 전자의 경우일 것. 여러 자아를 나름의 방법으로 잘 통솔하며 어느 것 하나 풀 죽이지 않고 지켜나가는 지난한 과정이 그들의 예술이 되고 자신을 절제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대리만족과 안식을 주며, 결국 인류가 공유하는 예술이 된다.


좋은 책 제공해주신 디자인하우스 @dh_book , 이키다 @ekida_library 님께 감사드립니다.

#서평 #내가사랑한예술가들 #마이클페피엇 #정미나 #디자인하우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