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토끼라면…
마틴 발트샤이트 지음, 수잔네 슈트라서 그림, 백다라.백훈승 옮김 / 리시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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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을까요? 만약 어제 비가 왔다면 어땠을까? 만약 어제 눈이 왔다면 어땠을까? 만약 어제 하늘이 아주 맑았다면 어땠을까? 만약 어제 날이 흐렸다면 어땠을까? 만약에. 만약에.


그런 가정들 속에서 과거는 휙휙 바뀝니다. 단순하게 날씨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지만, 날씨만 바뀌어도 어제 일어났던 많은 일도 다르게 일어났고, 저의 기억도 달라졌겠지요. 저는 어제 등산을 갔는데, 날이 흐렸다면, 비가 왔다면 등산 대신에 영화를 보러 갔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저는 어저께 새로 피어나려고 가지 끝에 힘을 모은 새싹 대신 영화 내용을 기억하겠지요. 겨우내 쌓인 낙엽을 이불 삼아 겨울을 지내고 이제 막 땅으로 올라오려던 이름 모를 풀 대신에 다른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런 기억이 이어지면, 저의 하루가 되고, 저의 삶이 될 것입니다.


그럼, 만약에 말이에요. 이 세상을 만들고 지켜보고 계시는 하느님이 토끼의 모습을 하고 계신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럼 우리는 모두 토끼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성경에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습을 따라 사람을 만드셨다고 했으니까요. 그럼 하느님 곁의 천사들도 토끼처럼 긴 귀를 갖고 있겠지요. 우리를 괴롭게 하는 악마는 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아마도 … 당근이 되겠지요? 당근을 싫어하는 친구들에게는 아주 안 좋은 결론이 도출되었네요. 마음이 아픕니다.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그렇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으로 많은 것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럼 하느님이 물고기라면 어떨 것 같으세요? 하느님이 구름이라면요? 지금의 우리 세상은 또 어떻게 바뀔까요? 그리고 하느님은 아이의 맑은 상상 속에서 또 어떤 모습을 갖고 계실까요? 매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아이의 머릿속에서 바뀌는 하느님의 모습, 그리고 그에 따라 같이 바뀌는 세상의 모습이 정말 예쁘게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순식간에 생각을 바꾸면서 엉뚱한 상상을 펴나가는 어린아이가 참으로 귀엽습니다. 그리고 그 상상을 끌고 가면서, 결과를 끝까지 생각해보는 생각의 힘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아이의 상상 속에서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가 ‘하느님은 케이크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었어요. ‘하느님 케이크를 먹으면 모두의 마음속에서 빛이 날 것이다.’는 부분을 보고, 가톨릭의 성찬례가 생각났습니다. 매 미사 시간에 주님의 몸을 상징하는 빵을 받아먹고, 주님과 함께 한 주를 잘 살겠다고 다짐하는 예식이지요. 마음속에 빛을 간직하고 돌아가는 그 예식이 저는 이 책에서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아이다운 상상으로 끝나는 이 책의 가장 마지막까지. 아이의 생각과 상상 속에서 그럴듯하다는 공감도 피어나고요.


아이가 세상의 근원을 생각해본다는 사실도 참 귀엽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근원을 하느님으로 생각하며 세상의 다른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너무나 대견하지요. 세상의 근원을 찾아가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따라가는 과정이 삶이고, 그를 연구하는 학문이 철학이라면 이 아이야말로 이렇게 맑게 인생의 비밀을 밝혀낸 위대한 철학자가 아닌가 합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네가 생각하는 세상의 근원은 무엇인지. 그 근원이 어떤 모습이라면 좋겠는지, 세상은 어떻게 바뀌면 좋겠는지. 그렇게 바뀌는 세상 속에서 너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시간이 될 것만 같아서 정말 기대가 됩니다. 한 번 아이와 함께 깊은, 철학적인 이야기를 나누어보시는 것은 어떠실지요?


#생각놀이 #어린이 #철학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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