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50만 부 기념 우리들 에디션) -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박성혁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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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부터 6년 만에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니 머리랑 손이 자꾸 따로 놀았어요. 하얀 건 종이, 까만 것은 글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죠. 분명히 다 외웠던 문법들도 헷갈리고 쉬운 단어들마저 아리송했어요. 어디서 본 것 같지만 정확히는 모르는 내용들로 가득한 책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어요. 그러다가 제 학창 시절이 떠올랐어요, 저는 공부는 적당히 했어요. 아주 우수한 성적도 그렇다고 바닥도 아닌 성적이었어요. 공부 좀 하라는 잔소리는 안 들을 정도로만 했어요. 10대에도 그랬는데 40대가 됐다고 갑자기 공부에 집중할 리가 없죠. 공부에 대한 투정을 하던 중 지인이 추천해주어서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을 읽게 되었어요.

책은 뼈 맞는 조언으로 시작해요. 학창 시절의 저는 꿈이 없었어요. 저에게 꿈은 직업이었어요. 하고 싶은 일이 없으니 공부해야 할 이유도 없었어요. 학생의 의무니까 꾸역꾸역 앉아서 하루를 보냈어요. 음악을 들으면 덜 지루해서 음악을 들으며 하기도 했어요. 독서실은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야식 먹으러 다녔어요. 시험기간에는 공부하는 독서실이었지만요. 책의 첫 장을 넘길 때만 해도 공부에 대한 중요성을 알려주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인덱스 스티커가 늘어났고 메모지가 부족해질 만큼 마음이 풍족해지는 책이 되었어요.

 

저자는 자신이 공부하지 않을 때 스스로를 엎질러진 물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엎질러진 물이기에 담을 수 없고 공부해도 안 될 상태라고 생각했던 거죠.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중학생이었던 저자는 방학동안 초등학생 5,6학년 문제집부터 시작해요. 저는 그 결심과 행동으로 옮긴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결심은 하지만 그걸 꾸준히 행동하는 건 정말 어려워요. 저자는 차근차근 공부를 시작해서 공부할 때 에너지가 샘솟는 학생이 되요. 그건 스스로를 믿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엎질러진 물에서 끝났어요. 사실 제 스스로 엎은 물이지요. 한 번뿐인 인생! 멋지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가도 턱턱 막히는 수학 문제에 머리를 싸매고 엎드렸어요. ‘역시 늦었어. 이번 생은 망했어. 다시 태어나야해.’ 라는 생각이 맴돌았어요. 마흔이 되어 보니 저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바보 같기도 해요. 저자처럼 제 자신을 믿고 노력했다면 여전히 영어에 쩔쩔매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도 돌아간다고 열심히 할 거라는 자신은 여전히 없었어요.

목표와 꿈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이 책을 읽은 청소년들은 남들보다 훨씬 멋진 삶을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학창시절의 저의 꿈은 직장이었어요. 꿈이 직장이라는 게 서글픈 일이라는 것을 30대가 되어서 육아를 하며 알았어요. 목표와 꿈에 대한 내용이 명확하게 설명이 되어서 삶의 방향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자는 꿈은 살고 싶은 모습이라는 말을 해요. 살고 싶은 모습....40대인 저는 아직도 그 모습을 정하지 못했어요. 저는 한 달에 1-2권씩 자기계발서를 읽어요. 베스트셀러부터 이제 막 나온 책, 존재감이 없는 책까지. 그 자기계발서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 나를 흔들어 깨워보고 싶다면 과감하게 뛰어들겠다고 선언(p.29)하라는 문구에는 가슴이 뛰기도 했어요. 저는 정말 늦었다고 생각했어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하지만.. 그걸 제 인생에 적용시키기는 정말 어려웠어요. 제가 학창시절 뺀질 댄 값을 40대가 되어서도 갚아나고 있었어요. 학창시절, 저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라서 존재만으로도 멋지고 공부 말고도 잘하는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자존감이 높아서가 아니라 제 스스로 공부를 안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방패를 세웠어요.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으니 스스로 속이며 위안을 삼았어요. 내 하루의 가치를 내가 깎아내리고 있으면서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한 것은 <모든 배움의 목표는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것입니다. p.99 > 예요. 학창시절 공부해야할 이유를 몰랐던 것이 수학이었어요. ‘아니, 사칙연산만 알면 생활이 가능한데...내가 이공계열도 아닌데 코사인은 왜 배우고 사인은 왜 배우지? 이걸 왜 해야하지?’라는 불만을 내뿜기 바빴어요. 그런 불만이 가득한 상태에서 가르침이 들어올 리가 없었죠. 책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니...그것 역시 핑계의 무덤이었어요. 기초가 탄탄하지 않으니 점점 이해가 안 되고 공부는 더 하기 싫어진 것이죠. 생각해보면 일상에서는 전혀 상관없는 물리는 정말 재밌어서 수업시간이 기다려질 정도였거든요. 저자는 국어, 수학, 영어 등 과목을 공부해야하는 이유를 알려주어요. 공부가 앞으로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과 힘이 되는지도 알려주지요. 제가 학창시절 누군가 공부의 힘에 대해 말해주었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쉽게 포기하지 않고 제 공부를 놓지 않고 악착같이 버티며 노력했을 거예요. 그만큼 공부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많으니까요.

저는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것을 선호했어요. 그러나 몰입에 관한 내용을 읽으며 제 선택이 얼마나 한심한지 깨달았어요. 개인적으로 온전한 마음으로 공부하는 법 부분은 어른이 된 이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감정조절이 힘들 때가 있어요. 자괴감은 제가 스스로 판 구덩이에 뛰어드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을 때도 있어요. 오늘도 별 것 아닌 일에 화가 났어요. 이런 저런 일들이 몰아닥치고 온 우주의 안 좋은 기분이 몰리는 느낌이 들었을 때 눈을 감았어요. 마음 속 풍선을 그린 후 쓰레기 같은 감정들을 마구 쏟아 넣었어요. - 터지는 상상까지 하고 눈을 뜨니 기분이 훨씬 나아졌어요. 내가 별 것 아닌 존재라는 기분은 사라지고 할 수 있다는 의욕이 생겼어요. 자기 전에 머릿속을 흐르는 물에 씻는다는 상상을 하니 잡생각이 사라져서 평소보다 금방 잠들었어요. 요즘 불면증이 생겨서 누운 상태고 1-2시간은 힘들어 했었어요.

자려고 누우면 하루를 허무하게 보냈다는 허탈감과 무기력함에 지치곤 했어요. 전업주부로만 있으니 성취감은커녕 흐르는 시간이 아쉽기만 했어요. 얼마 전부터 저자가 추천한 타임시트를 작성하고 있어요. 저는 주부이기에 공부가 아닌 제가 할 일의 목록과 시간을 작성했어요. 계획대로 하지 못한 일들은 원인을 파악하고 계획과 행동을 수정했어요. 하루 하루 쌓이니 제 자신이 성장하는 기분이 들어요. 하루가 허무하다고 생각되면 마음을 정돈하고 타임시트를 보며 더 나은 제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어요.

이 책을 펼치기 전에는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서 제가 읽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었어요. 지인이 강력하게 추천하기도 했고 제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도움은 제가 받았어요. 직장인이라면 공부와 학교에 일과 직장을 넣어서 활용해보시길 권해요. 하루의 가치를 알아가며 쌓아가다보면 보다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책을 좋아해요. 소설, 자기계발서, 심리학 등 분야에 상관없이 두루 읽는 것을 선호해요. 다독을 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다시 정독하며 즐거움을 찾아요. 하지만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꼭 읽으라고 추천하지는 않아요.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서 제게 유익한 책이 남에게는 무용지물일 때가 있다는 것 예전에 알았기 때문이에요. 이 책을 다 읽자마자 남편에게 뛰어가서 소리쳤어요. “여보, 이 책 꼭 읽어봐. 진짜 재밌어! 재밌는데 내가 자꾸 성장하는 방법이 나와서 읽을수록 즐거워져!”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에서 배운 내용을 고스란히 가진 채로 말이죠. 열심히 할 이유도 자신도 생겼어요. 생각의 변화만으로도 공부가 재밌어 진다는 것을 지금 알아서 아쉬우면서도 남은 인생을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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