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네이딘 버크 해리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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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때 기억이 매우 희미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초등학생 때도 잘 기억한다고 하는데 저는 정작 초등학생 시절이 너무 흐릿하게 남아있습니다. 몇몇 남아있는 기억들조차도 이게 '기억'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인건지 싶을 정도로 너무 단편적인 몇몇 장면만 기억이 나는 수준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많은 경험을 겪게 해주고 싶어서 어린 저와 동생을 데리고 이곳저곳 여행을 많이 다녔었는데도 그런 노력이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로 부모님과 함께 했던 그 여행들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전문가들이 '어린 시절이 중요하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어봤지만, 저는 내심 '어린 시절이 그렇게도 중요한가?' 라는 생각이 제 머리속 한 군데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의 제목은 저에게 뒤통수를 때리는 거 같은 강렬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무려 나는 기억나지도 않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한참 지나고 나서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니...

저는 의아하게 생각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이라고 해도 수십 년이 지난 후인데 어떻게 그렇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걸까..?


그래서 한장 한장 이 책을 넘겨보면서 저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소아과 의사인 저자가 어린 아이들을 진찰하면서 '어째서 이 지역 아이들이 유독 성장지연이 많이 나타나는 것일까?'에서 시작된 의문이 발견해 낸 결론은 어떻게 생각하면 지극히 상식적인것 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바로 부모가 어린시절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가 대물림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는 것, 그리고 그 트라우마는 불행하게도 정서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트라우마가 없는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트라우마가 있는 아이에게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건강의 문제까지 야기할 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환자들을 보면서 어떻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치료할 것인가에 대해 저자는 할 수 있는 최선의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웰니스 센터를 세우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지역사회와의 갈등들을 어떻게 헤쳐 나왔는지 그 과정을 보면, 너무나도 눈물겹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성경 속 선지자들이 겪었던 고난과 오해, 핍박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그녀가 발견한 이 과정은, 실제 임상에서 적용한 첫 사례이기에 받아들여지기까지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제가 단순하게 병은 '스트레스'와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은 일부는 맞는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반쪽자리 정답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여정이었습니다.


몸의 병을 고치려고 하기 이전에 마음의 병부터 고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치료의 첫 발걸음이 된다는 것이 실제적으로 적용된 사례를 이렇게 접해본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나라를 막론하고, 그녀가 추구하고자 하는 이 가치가 전 세계 의료의 주류가 되는 그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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