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특히 같이 일하는 스탭들은 가끔 물어보곤 한다.
왜 방송을 하냐고?
들어가는 시간이나 노력을 따진다면
지금 현재 내가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가성비때문이다.
또, 광고, 음반, 영화, 방송제작의 특성상,
함께 일해야하는 그 들에게는
결정권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내가
방송일로 자주 자리를 비우는 일이 달갑지 않은 까닭이다
방송에 발을 처음 들여놓은 건
10살 EBS 라디오 진행
17살 KBS 라디오 스크립터
20살 MBC 대학가요제로 가수 데뷔
그리고, 그 이후로는 평론가로 방송활동....
방송경력 40년
오랜 시간을 다른 직책으로 방송을 떠난 적이 없었다.
그냥, 살아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른 직업들은 큰 돈을 벌어주지만,
방송은 온전히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할 만큼
기분좋은 두려움으로 심장을 뛰게 한다
카메라가, 무대가, 세트가, 조명이
아, 사람들이 나를 보네 하는
긍정적 관심종으로 일종의 스트레스 풀이가 되기도 한다
얼마 하진 않았지만
채널A 옴부즈 맨 시청자 마당의 알고 보는 TV
프롬프트가 없어 불안한 마음에 대본을 컨닝해야 하고
정면을 볼 수 없어 늘 왼쪽 얼굴만 보이게 되는
약간은 아쉬운 프로그램이다
또, 장신의 아나운서들과 함께 하니
여실히 단신의 서러운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듯 하다
또, 늘 모니터를 하고 또 해도
내 눈에는 온통 부족한 것들뿐이어서
초긴장상태로 녹화를 마치면
기진맥진하기 일쑤였다
능력의 한계를 실감하기도 하는데,
그러면서도 주제넘게 뻔뻔하게 방송은 하고 싶다.
그만큼 방송은 내게는 다가서지 못할 성역같은 것이기에
더욱 가보고 싶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혁준의 음악, 문화 얘기 http://blog.naver.com/gogotowin
이혁준의 문화 얘기 http://blog.aladin.co.kr/700044166
이혁준의 광고, 일상 얘기 www.cyworld.com/gogoto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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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준의 소통 http://twtkr.com/gogotowin
아래- 대본
너무 솔직하고 의견이 세다는 지적을 늘 받아
대본 심사에서 많이 완화되곤 한다
황수민: 네. 요즘 방송 프로그램들을 보면,
먹는 걸로 시작해서 먹는걸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식이 빠지지 않는 것 같아요.
김태욱: 네. 굳이 음식 소재의 방송이 아니라도
드라마, 예능, 교양까지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제 식상하고 지겹다는 의견도 많더라고요.
이혁준: 공중파부터 종편, 케이블까지
돌려도 돌려도 끝없이 나오는 게 바로 음식.
그렇다 보니 TV 보면서 제일 많이 하게 되는 말이
“먹고 싶다”가 아닐까.
교양 프로그램인 채널A <신대동여지도>,
<관찰카메라 24>는 말할 것도 없고,
1인 가구와 미혼 연예인들의 일상을 다룬
MBC <나혼자 산다>,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이미 많은 부분이 ‘먹방’에 할애된 상황.
뿐만 아니라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에 집중하는
<전지적 참견 시점>도
이영자 씨의 맛집 리스트에 주목하며
<전지적 식탐 시점>이 되어가고 있는데,
그야말로 먹방의 과식 현상이 초래되고 있음.
한보람 네. 그런데 지겹다, 식상하다 투덜대면서도
‘먹는 장면’이 나오면
어느 새 저도 모르게 집중해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먹방’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도 그런 거겠죠.
이혁준 네. 우리가 만나서 으레 하게 되는 인사가 바로
“식사 하셨어요?”
먹을 것이 귀했던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음식이라는 것이 식구들이 둘러앉아 정을 나눌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기 때문.
핵가족화, 고령화, 출산율 저하 등으로
함께 밥 먹는 일이 줄어든 지금
‘먹방’이 그에 대한 대리만족과 위로를 안겨주고 있는 것.
그리고 사실 따뜻하고 배부른 것만큼 행복한 것도 없지
않나. 이런 심리를 이용한 것이 먹방.
그렇다 보니 시청률 보증 수표나 다름없는 셈.
황수민 ‘먹방’의 가치나 의미는 충분히 알겠지만 요즘은 좀 지나치다
싶기도 해요.
이혁준 맞다. 게다가 과식과 폭식을 미화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어 문제가 심각.
누가 더 많이 먹나 경쟁이라도 하듯, 무조건 많이 먹는
모습으로 주목을 끄는 ‘먹방’ 유투버들의 인기가 갈수록
상승하고 있고,
‘먹방’을 통해 하루 아침에 제2의 전성기를 맞는 스타들
도 생겨나는 시대.
이렇다 보니 <밥 블레스유>, <외식하는 날> 등 경쟁적
으로 시청자들의 식욕을 자극하는 프로그램들이 생겨
나고 있다. 하지만 특색 없이 대놓고 ‘먹방’ 만을 좇다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경우도 많음.
김태욱 최근에는 관찰 예능 속 연예인들의 먹방이 인기를 끌면서
간접 광고 등 지나친 홍보 논란도 많이 제기 되는데요.
이것도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이혁준 유명인이 방송에서 한 번 먹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신뢰를 얻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한 홍보 효과가 없고,
출연자 입장에서도 광고 출연을 보장 받을 수 있으니
좋은 기회.
실제 <윤식당>의 윤여정 씨는 카레 모델이 되고,
<삼시 세끼>의 이서진 씨는 라면 광고를 찍음.
또 최근 이영자 씨 역시 쫄면부터 떡볶이까지
광고 출연 제의가 밀려들고 있다고 함.
방송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너무 지나친 것은 주의가 필요.
한보람 비단 관찰 예능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건강 프로그램에서 특히 그런 경향이 많이 드러나거든요.
이혁준 (건강 프로그램의 먹방화에 대한 문제 간략히 답변)
황수민 일부에서는 방송의 과도한 먹방화가 비만을 유도하고
국민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
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혁준 네. 얼마 전 보건복지부에서 먹방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다 문제가 됐던 일이 있다. 물론 과도한 먹방을 보
고 있노라면 식욕이 절제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방송 제작진과 시청자들의 선택에 달린 문제
라고 생각.
다만 국가 차원에서 그런 논의가 나왔다는 것은
‘먹방’이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사실.
한보람 (앞으로의 대안)
이혁준 방송 제작자는 프로그램이 가진 고유의 소재나 컨셉에 더
충실해야 할 것.
프로그램마다 정체성이 있고 그 가치가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먹방에만 집중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
시청자들은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인간 관계, 성공 욕구 등
다른 욕구들이 다양하기 때문.
다양한 계층의 취향과 욕구를 만족시켜주고 대리만족시키
는 것이 방송의 역할. 지나친 먹방 추구로 방송의 다양성
을 해치지 말아야 할 것.
그리고 단순히 먹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하는 태도도 지양
해야. 먹는 것에 대한 잘못된 환상(식습관)을 심어줄 수 있
고 나아가 시청자의 건강을 해치는 일. 편식 시청이 아닌
골고루 보는 시청으로 건강한 방송을 지키고
스스로의 건강도 지켜나가야 함.
김태욱 네. 오늘은 음식에만 집중하는 방송가의 문제점과 대안을 알아
봤습니다.
어떤 방송이든 그 프로그램만의 존재 가치가 있기 마련인데요.
눈앞에 보이는 인기만을 좇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황수민 네. 오늘 <알고 보는 TV>에서는 이혁준 문화평론가와 다양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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