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버나움-국력과 인지도 꼴등인 1등영화
별 5개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뤄냈다.
심사위원의 만장일치와
<봉준호>장르라는 새로운 영화의 방향을 제시하며,
한국 영화의 묵었던 한이 한꺼번에 풀려나가는 기분이었다.
한번 쯤, 교양과목을 같이 들었을 듯한 대학 후배이기에
응원하는 마음도 남달랐지만,
그 동안 대한민국의 국력과
<봉준호> 감독의 조금 모자란 인지도로 인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우리나라 영화의 한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꼭 영화평을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지지해주고 싶은 영화 하나가 떠올랐다.
2018년 칸 국제 영화제에서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에 밀려,
2등 격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레바논 여성감독 <나딘 라바키>의 <가버나움>이다.
<부모를 고소하고 싶어요 나를 태어나게 했으니까요>
학대 받는 아이들의 대부분의 생각이지만,
세계 어디에서도 대 놓고 말할 수 없는
부모란 이름의 절대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한 이 영화는,
실제 시리아 난민인
자인(자인 알 라피아)의 강렬한 눈빛으로 시작한다.
자식을 낳고 돌보기는커녕
무책임과 방임으로 일관하는 부모.
자인도 출생 신고도 제대로 되지 않아
본인이 몇 살인지도 모른 채,
힘겨운 배달 일로 집안 일을 돕는 소모품처럼 생활한다
그러다, 초경이 시작된
어린 여동생 사하르 (하이타 아이잠)를
돈 몇 푼으로 강제 결혼을 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자,
자인은 여동생의 남편을 칼로 찌르고 도주한다.
누가 아이들이 해맑다고 했는가?
나이에 상관없이 아이들은 경험으로 나이를 먹는다.
어른이 돼서 감당해야 할 일을 미리 겪으면
아이는 어른 아이가 되는 것이다.
자인도 부모와 세상으로부터의 엄청난 고통을 받으면서
살인도 서슴지 않는 어른이 되어있던 것이다.
도주 중에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는 모습이라던가,
부정한 세상에 두려움 없이 어른과 싸우는 장면에서,
이미 자인은 온전히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고단한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인종차별과 불법체류로 얼룩진 모자(母子)
라힐(요르다 노스 시프로우)과
한살 배기 요나스(브루와티프 트레저 반콜)과의 만남에서
공감대 형성으로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인 역시, 그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라힐이 불법체류로 감금되자,
더 이상 요나스를 돌보지 못하고,
불법 입양 브로커에게 요나스를 팔아버린다.
자신의 부모가 한 짓을 어쩔 수 없이 되풀이 하는 자인.
단지 그 부모와 다른 것이 있다면,
최소한 자인은 책임감으로 끝까지 요나스를 돌보려 했고,
요나스를 넘기는 그 순간에도
죄책감으로 괴로운 눈빛으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이는 법정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가정을 꾸린 것에 후회한다>
<나처럼 살았으면 자살했을 것이다>라며
뻔뻔하게 자식에 대한 책임 없이,
끝까지 자신의 괴로운 입장만을 주장하는 것과
비교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자라서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자인이
쓸데없이 나이 먹은 부모보다 더 어른인 것이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실제 고충을 겪고 있는
배우들의 생활형 연기는,
대사를 암기하는 배우의 진실성과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의 진솔한 기능성을 보여준 이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에 2등으로 밀리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는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에 밀려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물론, 이 두 영화도 모두 훌륭한 영화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아동학대로 주제도 비슷하고,
리얼리티 기법도 거의 유사한 점을
객관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단연 <가버나움>은 이 두 영화를 제치고도 남을 힘이 있다.
단지, 레바논이라는 약소국 영화라는 이유로,
아랍여성 감독의 모자란 인지도 때문에 밀려난 것이다.
정말 안타깝고 화가 나는 세상의 이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총 관객 143,088명 중 3명을 채우는 것이 전부였다.
2019년 새해 이후,
즐겨 보던 <전지적 참견시점>을 재방송 조차 보지 않는다.
<이 영자>의 석연치 않은 <MBC 연예대상> 수상 이후,
MBC에서는 <나 혼자 산다>를 살린 <박 나래>가
<이 영자>의 경력과 예우차원에 부
당하게 밀려났기 때문이다.
<이 영자>가 싫은 것은 아니다.
<KBS 연예대상>에서는 많은 후보를 제치고
대상을 수상한 것은 충분히 인정하고 기뻐했다.
단지, 인지도와 권력으로 합리성 없이 움직이는
이 세상의 논리에 반기를 들고 싶은 까닭이다.
가버나움은 VOD라도 돈 주고 시청해서
힘을 실어줘야 할,
그래서 세상이 나아지는 길을 열 수 있는,
유일한 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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