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고 하이킥>은 시트콤인가, 드라마인가?
<지붕 뚫고 하이킥>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스태프들이 다시 모여, 시트콤의 인기를 되찾고자, 야심 차게 구관을 모셔왔던 시트콤이니 만큼, 예상대로 안정 된 시청률과 더불어 숱한 화제를 뿌리며, 성공작으로 평가 받았다. <청순 글래머>의 <신세경>, <귀여운 4차원>의 <황 정음>을 스타덤에 올리고, <진 지희>와 <서 신애>의 천재적 아역도 발굴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성과를 이루어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 순재> 선생님을 필두로, 새로운 이미지로 정점을 찍은 <정 보석>과 <오 현경>의 망가진 모습도 볼만했고, 어느 누구 하나 빠짐없이 제 몫을 해내는 광수, 줄리엔, 인나, 다니엘, 시후까지, 매일 7시 45분이 기다려졌다. 결과가 뻔한, 그렇고 그런 드라마 홍수 속에서, 조금은 일탈을 꿈꾸는 시트콤은 단연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그런 맥락에서 어느 드라마 보다 <프란체스카> <웬만해선 그 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등은 젊은 시청자를 TV앞에 끌어다 놓는데 성공했다. 그러면서, <웬만해선 그 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감독, <김 병욱>을 스타 자리에 올려놓기도 했다.
웃음과 감동, 그리고 눈물이 공존하는 새로운 <한국적 시트콤>을 개발한
<김 병욱 감독>의 소소한 일상 잡아내기는, 다른 드라마처럼 과장되지도 않으면서, 쉽게 공감을 일으켰다. 감독의 시선이나 작가의 시선이 황당하지도 허무하지도 않았기에,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옆에 있음직한 캐릭터와 드라마와 시트콤의 경계선을 외줄타기 하듯이 적절히 지킨 절제 능력이, 허구적인 드라마를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살갑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그 것이 <김 병욱표> 시트콤이 갖는 가장 큰 무기였던 것이다. 약간은 외국식이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꿰뚫은 가족애가 언제나 요소요소에 도사리고 있기에, 감동의 웃음과 눈물이 사람의 감정을 쥐락펴락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125회로 끝낸 <지붕 뚫고 하이킥>의 엔딩은 웬지 찝찝하고 상큼하지 않아 시트콤 답지 않다.
과거, <김 병욱> 감독의 작품을 보자면, <웬만해선 그 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도 자세한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이 홍렬>의 딸인 <김 민정>의 나래이션으로 큰 엄마 <박 정수>의 죽음을 얘기하며, 일상으로 돌아 온 식구들을 스케치 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엔딩도 엇갈린 사랑의 운명을 얘기했지만, 우연히 마주친 <정 일우>와 <서 민정>의 새로운 만남이 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 두 작품의 엔딩은 그런대로 용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창 젊은 나이의 연인 <지훈>과 <세경>의 죽음은 시트콤이 아닌, 드라마의 엔딩이었다. 큰 어머니가 암에 걸려 세상을 달리했다는 설정은 흔히 우리 주위에도 일어나는 일이다. 또, 옛 연인의 우연한 만남도 심심치 않게 겪는 일이다. 그러나, 서로 엇갈린 감정에서, 극적으로 죽음을 맞이 하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이미, 드라마에서 이런 자극적인 엔딩은 많이 봐 왔지 않은가? 물론, 대체할 만한 뾰족한 엔딩도 찾기 어려울 일일 것이다. 그러나, 시트콤의 엔딩이 어쩔 수 없는 죽음이라 할지라도, 시트콤은 시트콤 답게 죽음을 처리해야 했었다. 가볍지만, 무겁지 않게, 슬프지만, 가슴 아프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시트콤의 의무 아닌가?
이 번 <지붕 뚫고 하이킥>의 엔딩은 시트콤 거장의 드라마 진출을 염원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 같아, 영 기분이 좋지 않다. 마치 믿었던 친구에게 사기나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한 기분이다. 이런 엔딩은 너무 많은 드라마에서 보지 않았는가? 이런 엔딩을 볼 것이라면, 퇴근시간을 바삐 쫓아 <지붕 뚫고 하이킥>에 열광하지 않았을 것이다. 죽음이라는 엔딩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터치하는 감독의 고집에 질려 버린 것이다. 드라마도 아닌 것이, 시트콤도 아닌 것이, 마치, 군 정부 시절 드라마틱하다가 억지 교훈을 주는 반공영화를 본 기분이어서 하는 말이다. 제발 시트콤은 시트콤 답게, 드라마는 드라마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감독의 철학이나 욕심보다는, 시청자가 골라 볼 수 있는 재미를 빼앗지 말아야 한다.
이제, 어쩌면 <김 병욱>의 시트콤은 못 볼지 모른다. <김 병욱>의 드라마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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