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인사 - 제1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76
어윤정 지음, 남서연 그림 / 샘터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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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출신의 동화작가 '정채봉' 선생을 기리기 위한 올해의 정채봉 문학상에는 <거미의 인사>가 선정되었다.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라는 믿음을 가진 정채봉 선생이 이끌어가는 코너 '생각하는 동화' 는 샘터의 대표적 상징이라고 할만큼 독자들의 깊은 감동을 이끈 주역이라고 할수있다. 이번에 샘터에서 선정된 어윤정 작가의 <거미의 인사>는 어떤 내용일까 궁금하던 찰나 첫 문장부터 임팩트가 있었다. 어윤정 작가는 2016년 한국안데르센 상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이다.

'나는 죽었다. 그리고 천국에 있다....'

이렇게 앞문장부터 마지막까지 동화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죽음과 환생이라는 소재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풀어낸것 같다.

'나는 죽어서 천국에 왔어. 그렇지만 여전히 가족들이 그리워. 내가 왜 죽었을까 화나고 억울해서 울기도했지'

갑작스럽게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 누리가 하루동안의 짧은 환생여행을 통해서 죽음을 준비하지못하고 누리를 보내야만 했던 남아있는 가족들과의 진짜 마지막 작별을 하는 이야기이다.

어린나이에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누리는 자신이 왜 죽어야 했는지 이곳에 온이후로 수도없이 검은 눈물을 흘렸다고 얘기한다. 이별을 준비를 하지 못한 누리에게 환생의 기회가 주어진다.

백일 맞이 환생 서비스라고 하는데, 느닷없이 죽음을 맞이해서 제대로 인사도 못한 이들에게 세상과의 시간을 주는 서비스이다. 다만 사람이 될수는 없다. 스파이더맨을 좋아했던 누리의 선택은 '거미' 였다.

검은색 작은몸통과 여덟개의 다리와 눈, 거미의 된 누리는 자신의 존재감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어한다. 거미는 예술가들이 오래 주목해온 생명체이다. 조각가 루이스 브르주아의 거미 조형물을 본적이 있다. 아이랑 예전에 읽었던 '거미엄마 마망 루이스 브르주아' 책이 생각난다.

거미는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것들을 실로 짜넣었다는 글이 스쳐지나간다.

누리가 선택한 거미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냥 스파이더맨을 좋아해서일까. 

삶과 죽음은 우리가까이에 있지만, 아직도 멀다고만 생각하는 세계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는 '죽음' 이라는 말은 어떻게 꺼내야할지 어른이지만 막막하다. 이러한 죽음의 세계를 짧은 환생여행이지만 한없이 우울하지않고 슬프지않게 재치있는 글로 써내려간것 같다. 몇일전 아이와 '신과함께' 라는 영화를 같이 본적이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난 영화지만, 보는내내 신기해하면서도 눈물을 쏙 뺐던 장면들을 보면서, 아이가 인생영화라고 했었다. 죽음이라는것을 이렇게 영화나 책으로 접하는것은 다른 의미인것 같다.

죽음은 사랑을 가로막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만이 희망이고 사랑이 죽음을 넘어설수 있다. 죽는다는것,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지는 것은 생각하기도 가늠하기도 힘들지만, 죽음이 끝이 아님을 말하고 그들을 사랑하고 기억하는 한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고 있을것이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 죽는다는것을 기억하라, 죽음을 잊지마라 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인간이면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항상 겸손하게 살아가야 하며, 너무 우쭐대며 살지 말라는 것이다. 태어날때 빈손으로 왔듯이 한평생 쌓아온 공을 영원히 가지지 못하는것은 불변이고 불가항력 적인것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오늘이 마지막 순간일수도 있다.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자는것이 아니라 오늘을 가치있게 살아가자는 것이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때, 이러한 동화책으로 미리 대화를 나누어 보는것도 좋은것 같다.

무지개 다리라는 죽음의 완곡한 표현이 있다. 아직 가보지는 않았으나 삶과 죽음도 동전의 한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끝이 아닌 다시 만날수 있는 그 다리 너머 뻔하다고 생각하지만, 꺼내기 힘들지만 반드시 알아야만하는 내용이기에 감동있는 동화이야기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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