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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 최정상급 철학자들이 참가한 투르 드 프랑스
기욤 마르탱 지음, 류재화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8월
평점 :
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최정상급 철학자들이 참가한 투르 드 프랑스
기욤 마르탱 지음 | 류재화 옮김
자전거에서 펼쳐지는 철학의 향연이라! 기대가 매우 크다.
먼저 목차부터 살펴보자.


●차례
1부 투르를 향하여
뜻밖의 소식
선수와 등번호
올림피아 기자회견
나는 왜 이 책을 썼는가
어떤 승자도 우연을 믿지 않는다
신체의 지성에 대하여
자전거를 타고 길을 떠날 때
체화
자기 고유의 상을 조각하라
약간의 역사
독일 팀의 위기 상황
머릿속 다리
혁명적 아이디어
니체, 스포츠 철학자?
드한에서의 ‘검출’과 파격적 캐스팅
스포츠를 재해석하다
경험의 한계
리더와 팀원의 변증법
어떻게 해야 힘들어 보이지 않을까?
보고도 못 본 척, 허무를 감춰라
사이클 선수, 그게 다 무슨 소용?
놀이의 장, 투르의 장
2부 경기
스테이지 1 타임트라이얼: 너 자신을 알라, 너 자신을 초월하라
스테이지 2 스프린트는 사이클 선수의 면도날이다
스테이지 3 사이클 선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스테이지 4 만성적 지루함
스테이지 5 욕망과 결핍
스테이지 6 펠로톤, 이 지옥 덩어리
스테이지 7 암흑을 벗어나다
스테이지 8 지혜와 광기, 광기의 지혜
스테이지 9 전망과 투시의 문제
휴식일: 결핍의 날
스테이지 10 지도와 지형
스테이지 11 호소와 선언
스테이지 12 조로아스터의 등산가
스테이지 13 파스칼의 굴욕
스테이지 14 나 자신을 위한 생각들
스테이지 15 자본
휴식일: 마사지 또는 신체 심리학의 기술
스테이지 16 어린 왕자
스테이지 17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스테이지 18 행복한 사이클 선수를 상상해야 한다
스테이지 19 신화들
스테이지 20 우울 치료제
스테이지 21 오, 샹젤리제
후기: 소크라테스는 신성한 투르를 하였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기욤 마르탱 이란 작가는 현실과 픽션이 혼합된 에세이를 썼으며, 현역 프로 사이클 선수면서 철학 석사학위를 받은 작가라는 남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다.
책의 서두에서 보면, 사이클 선수 철학자의 의미로 '벨로조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서 표현하기도 했다.
Cyclosophe는 자전거를 뜻하는 '사이클(cycle)과 철학자를 뜻하는 '필로조프(philosophe)의 끝말 '조프(sophe)의 합성어이다.
사이클 경기하면 투르 드 프랑스말고는 다른걸 적어놓을수 없으며,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하지 않았다면 아직 진정한 선수라 할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언제 철학할 시간을 마련하십니까 자전거 위에서도 철학을 하십니까?"
소크라테스는 인터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약간 당황했다. 자신의 답을 기다리고 있던 청중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소크라테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철학은 시간을 내서 하는 활동이 아니야. 생각한다는 건 선언되는게 아니야. 철학은 솟구치지. 그건 삶의 예술이야. 생각은 내용만이 아니라 양식이기도 하지. 이런 생각의 양식이 왜 사이클의 삶과 양립 불가능 하다는 거지?"
생각에 잠긴 소크라테스를 본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어받았다.
"물론 자전거 위에서 생각할때도 있죠! 생각하는데 시간과 장소가 따로 있어야 하는건 아닙니다. 생각은 모든것에 관개(灌漑)하죠. 아니, 차라리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자전거는 생각하는데 도움이 된다고요. 플로베르는 '생각은 앉아서만 할수 있는것'이라고 말했죠. 니체는 플로베르와 반대로 말합니다. '걸으면서 하는 생각만이 어떤 가치가 있다.' 아, 그렇다면 자전거는 두 조건을 하나로 모을수 있으니 니체와 플로베르가 절충되지 않겠습니까. 페달링을 할때 우린 앉기도 하고 동시에 걷기도 하니까요! 따라서 철학을 하려면 자전거를 타야합니다!" (p26)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자전거와 인생은 참 많이 닮아있다. 자전거를 어떻게 타야하는지 말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많이 알고있어도 부딪히거나 몸으로 익히지 않으면 배울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몸을 맡기고 타는게 나을수도 있다. 이론같은건 필요치 않다.
철학이 솟구치는 내용인것처럼 이론따위에 너무 치중하거나 그것을 설명하고자 하는건 불필요하다.
생각을 하는데 있어서 시간과 장소가 있어야 하는게 아니다. 사이클을 타면서도 생각을 할수 있는것이다.
"축구선수는 왜 그렇게 바보같아 보이는가? 그건 공뒤만 줄곧 쫓아다니면서 왜 자기가 그렇게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한번도 묻지않기 때문이다" -콜뤼슈
운동선수에게 오고 마는 이런 특이 상태를 명명하기 위해 혹자는 엑스터시(extase/extasy: 어원대로라면, 'ex'(바깥)와 'starer'(머물다, 정지하다)의 조합이다. 우리몸속에서 구속되어있는 영혼이 바깥으로 빠져나가 버리는 상태이다. ) 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적당한 리듬과 피로가 선수를 고요하고 기분 좋은 상태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거의 취한 것처럼 자신을 잊게 만든다. 이런 스포츠 동작으로 엔도르핀이 생성되어 거의 '개성을 박탈' 하듯, 자아를 해방하듯, 무아지경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고통은 현존하지만 전혀 이것에 신경이 가지 않는다. 즉각적 소모 속에 녹아드는것이다.
내가 자전거에서 느끼는 것도 이와 거의 유사하다. 사이클 선수에게도 전혀 예상할수 없는 방식으로 어떤 엑스터시 같은것이 찾아온다. 내가 나 밖으로, 아니면 내 정신 밖으로 빠져나가 어딘가로 들려나가는 기분. 스포츠 지구력의 엑스터시는 몸과 현재로의 회귀이다. 니체가 말하기를, 이것은 디오니소스적인 체험, 즉 영원한 회귀이다. (p49)
운동을 어느정도 해본 사람이라면 이 글에서 완전 공감. 대공감 할것이다.
몸이 아프고 귀찮지만 운동을 하고 나면 어제와 나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것때문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것이다. 엑스터시라고 표현할정도로 무아지경에 빠진다는데 나도 사실 경험해보았다. 수영을 하고 나면 처음에는 곧 물속에서 이러다가 빠져죽을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 너무 힘들어서. 하지만 몇바퀴를 돌고 나면 몸과 물속에서 나의 상태는 한마리의 물고기가 되는듯한 느낌이다.
몸이 기억하고 내가 기억한다. 그리고 건강해짐과 안락함을 느끼는것이 엑스터시가 아닐까?
콜뤼슈는 어떤것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그가 운동선수를 조롱하듯 한말이 전적으로 틀린말은 아니다. 운동은 생각보다 몸이 먼저 나가는 스포츠이다. 여기에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
철학자가 책을 더 이상 읽지 않으면 서서히 사고력을 잃어간다. 이와 마찬가지로 선수도 계속해서 두가지 유형의 지성을 발전시켜야 경쟁에서 이긴다. 트레이너의 역할이 이것이다.
이론적 지성은 경기 규칙의 변화를 숙지하고, 상대를 분석하고, 상대 진영의 진로를 방해하는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면 된다. 실천적 지성에는 트레이너가 항상 지시 사항을 주고, 이 작업을 수행하는것은 선수의 몸이다. 따라서 훈련할때 같은 동작을 지칠 정도로 반복하는것이 관건이다. 그래야 어떤 상황이 와도 항상 정확하게, 즉각적으로 행동하는 능력, 이른바 신의 경지에 이른 제어가 가능하다. 다르게 말하면, 훈련을 통해 스포츠 선수는 문자 그대로 어떤 동작을 자기 몸안에 체화하는 것이다. 그래야 거의 기계적으로, 본능적으로 움직일수있기 때문이다. (p61)
오로지 타고난 재능으로 그렇게 된것처럼 다른사람에게 스포츠는 쉽게 보일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지칠정도로 반복하면서 참아내었던 꾸준함이 그들을 만든것이다. 챔피언들의 작품인것이다. 그렇게 스포츠 동작은 완벽하고 순수하다. 그래서 스포츠를 예술로 변모시키며, 아름다운 퍼포먼스라고 하는 것이다.
이책을 읽고 스포츠를 재해석 하게 되었다. 승자는 가장 강한 자가 아니며 가장 원하는자, 가장 높은 곳을 겨냥하는 자라고 했다. 사실 처음 읽었을때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책장이 잘 넘어가질 않았다. 투르드프랑스 경기도 낯설었었다. 하지만 읽고나니 와닿는 내용이 많았고, 스포츠와 철학을 연결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