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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나비야 밤이랑 달이랑 10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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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있는 아파트로 들어서는 골목은 자칭 '흡연길'이다.

분명 그 앞에 있는 상가는 여러 학원과 빵집이 들어서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연령도 꽤나 다양한데 

이윤 모르겠지만 너도나도 그 길에 서서 담배를 핀다.(피신다.)


그런데 아주 간혹, 겨우 내 무릎께 올법한 아이들이 자신의 등짝 만한 가방을 매고

쭈구려 앉아있는 광경을 보게 될 때가 있다.

많은 경우, 그 아이들은 어떤 곤충을 관찰하고 있다.

나는 괜히 방해가 되고 싶지도 않고, 수상쩍지 않은 마음씨 예쁜 이모처럼 보일 자신이 없으므로

그저 살짝 미소 짓고 지나칠 뿐이지만

한 켠에는 그들이 그 작은 생명체를 혹시나 괴롭히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지 않아

더더욱 떨어져 걸어가는 마음도 있다.

그들은 순수하고, 또 그것도 한때 뿐 일거라고 누군가에게(?) 대신 용서를 빌면서 말이다.


이 책은, 노인경 작가님의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 마지막 책으로

공원에서 놀다가 자기도 모르게 밤이가 달을 닮은 노랑 나비를 밟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나는 당연히 그들이 나비를 괴롭힐 리는 없겠고,.. 그런데도 책 한 권이 거뜬할 이야기라면

이 책이 무심코, 그러니까 전혀 의도가 없었어도 

자기보다 작고 연약한 존재를 상처 주는 일은 어찌 보면

살면서 겪게 되는 필연적인 사건이므로

그럴 때의 대처법을, 알려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보게 되었다.


책의 결말은 역시나 따수웠고,

밤이와 달이의 예쁜 마음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지만

더 흐뭇한 것은 

모른 체 하지 않고 힘을 보태는 주변 사람들이었다.


단순히 생각하면 나와 상관 없는 일.

아주 사소한 일.

내가 그냥 지나치건 말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래도 내가 그 순간 나의 작은 힘을 보탰다는 건

나 자신이 기억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밤이와 달이 뒤로 작고 흐릿하게 비춰졌던 사람들이

어느새 주인공 남매만큼 크고 뚜렷하고 예쁘게 보였으니까.


나는 평소 현실에서는 밤이와 달이처럼, 또 그 옆에 사람들처럼

다정하고 정의로운 아이나 어른들이 많이는 없다고 생각하는 비뚤어진 어른이지만,

이렇게 연약한 듯 힘 센 이야기들이 세상에 많이 날아다니면

내 냉소적인 생각도 픽 비웃음 칠 어떤 세상이 조금은 더 가까이 올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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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믿어요
토드 파 지음, 송섬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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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무려 '나는 나를 믿어요' 이다. 나를 믿는다는 건 무엇인가... 나의 능력을 믿는다는 것일까. 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무조건적인 믿음일까... 비뚤어진 어른의 눈이라 그런지 '어떻게' ' 왜' '그게 내 맘대로 돼?' 같은 회의감이 먼저 들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겠다.

 

 하지만 작가는 능숙하게 그런 나를 모른체하고 색색깔의 귀여운 동물 친구들을 데려온다. 마치 동물들의 이름을 학습하던 어린이 낱말 카드처럼. 아무런 의심도 편견도 없던 그 시절의 나를 불러온다. 소리내어 읽어보라고 말하는 것도 같다.

 

그 방긋한 동물 친구들은 저마다 잘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사뭇 당연스럽기도 해보이는데, 진심으로 어렵기도 한 내용이었다. (예컨대 울고 싶을 때 운다거나, 불편한 일을 불편하다고 말하는 일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모든 장의 내용을 '나'로 연결시켜 놓는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이 바로 독자 '너' 의 의무라는 듯이.


그리고 마지막 킥으로 작가는 친절한 설명을 해 놓았다. '강하다는 건 나를 믿는다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나는 나를 믿는다는 이 책은, 나는 강하다는 것. 그러니까 강해지는 방법에 대한 비법서였던 것이다. 끝끝내 무능한 어른으로 책을 덮은 나는 그제야 수긍한다. '그래.. 강해지는 게 그리 쉬울 수가 없지....' 


하지만 그나마 어른이라 할 만큼은 살아온 나는, 어떤 비법을 알고 있는 것 만으로도 조금은 거기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었다고 하루아침에(사실 읽는 데 일 분도 안 걸린다.) 내가 강해져 있진 않겠지만, 제법 나도 될 수 있겠다고 은근히 나에 대한 믿음이 한층 튼튼해져 있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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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었다
나카가와 히로타카 지음, 초 신타 그림, 오지은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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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었다'


누군가 웃었다는 얘기보다, 울었다는 말에 마음이 동한다.

웃음은 그 동기가 사뭇 단순해 보이는데, 울음은 그 마음이 복잡할 거라서 울렁거린다.


주인공 아이가 우는 이유는 다양하다.

넘어져서 부딪혀서 싸워서 기뻐서 다시 만나서...

아이는 하루에 한 번은 운다.

그런데 자신이 우는 이유를 모른다고 한다.

마치 '울음이 나서 울었을 뿐인데 왜냐고 물으시면.,.'

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른들이 잘 울지 않게 된 것은

잘 웃지 않게 되는 것과는 또 다를 것이다.

웃음의 감소는 단지 웃을 일이 없어서 이고,

울음의 멸종은...울 일은 많지만,...  그 이유를 생각하기도 싫어서이고

약해지지 않으려고 (혹은 약해보이지 않으려고) 그렇게 된 것 같다.

부단한 노력의 결과인 것 같은 느낌..,


나도 어느새 어지간해서는 울지 않는 어른이 되었지만

떄로는 울음이 간절해서 울어도 괜찮은, 그런 혼자인 환경을 만들려고 든다.

울고 나서의 그 은근한 해방감과 개운함을 알기 때문일까?

쓰디 쓴 소주맛을 아는 것과 비슷한가?


아이는 아빠와 엄마가 울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자신도 울지 않게 될까 고민한다.


나는 어중간한 늙은 아이여서,

아이의 울음을 조금 귀여워하고,

어른의 울음을 은근히 응원해본다.


내가 우는 것은 창피하지만,

남이 우는 것은 애틋하기 때문에,

모두가 울어도 괜찮아지는 이 책이 널리널리 사랑받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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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문지나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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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반짝반짝한 책이다.

어른이 되면서 무언가를 바라보는 반짝반짝한 눈빛을 잃어가는 것 같다. 소중한 것은 늘어나도 왠지 반짝이진 않았다.

여름을 싫어한지 오래다.
햇빛이 싫고 장마가 싫고 벌레가 싫고 긴 낮도 싫었다.
나는 세상을 구경하기보다 땅에 고개를 떨구고 다니는 아이였으므로 기억나는 장면도 몇 없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질색하는 그 여름에 반짝이는 장면들을 잔뜩 보여준다.
어쩌면 다 알고 있는 장면인데,
왠지 정성껏 감상한 적은 없는 그런 장면들.
덕분에 잊고 있던 순간들이 새록새록 꺼내졌다.

예쁜 조개껍데기를 줍는 것만이 세상 제일 중요한 것 같던 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나뭇잎을 모아 소꼽놀이를 벌이던 시절,
오랜만에 엄마와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고 서로의 땀을 말려주던 순간 같은 것들이.

인생은 하루의 연속이고 그 하루는 순간의 모음집이라는 걸
자꾸 까먹고 지낸다.
그렇다면 지금도 반짝이는 순간들을 얼마든지 모아
옛날만큼 푸릇푸릇 싱그럽게 만들 수 있을 텐데.

바쁜 일상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한여름에 만난 그늘같은, 너무 예쁜 그림책이었다.

#반짝반짝 #문지나그림책 #문학동네 #책리뷰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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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BOOK
버드핏 지음 / 미디어버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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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핏 작가님 원래도 너무 좋아하지만, 이번 책은 특히 책에 관한 책이라 눈길이 더 갔었는데 작가님 특유의 구성 방식,유머, 책에 대한 애정이 모두 잘 드러나서 너무나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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