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 - 전영관.탁기형 공감포토에세이
전영관 지음, 탁기형 사진 / 푸른영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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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음미해야 해. 안 그러면 놓치고 말아.

 

   도무지 더듬기 어려운 문장이 있다. 단어가 커다란 돌부리라서 문장 속 빈틈마다 눈동자가 쉬어 가야만 하는 글이 있다. 옆으로 가다가 물음표를 달고 되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 시가 그랬다. 시인들이 만들어낸 단어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졌다. 감각기관 전부를 열어놓고 산다. 천 개의 눈을 다 꺼내 걸어두고 고막은 산 하나를 덮을 크기로 확대시킨다. 바늘쌈지에 손을 넣는 마음으로 촉감을 키운다(263p)는 시인 전영관의 글도 다름없었다. 나에겐 천 개의 눈도, 산만한 고막도, 그만한 촉감도 없었으니까 쉽게 읽히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를 아주 오래 읽었다.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는 탁기형 사진작가와 전영관 시인이 함께 한 공감포토에세이다. 탁기형의 사진 한 장에 전영관의 글이 짝처럼 구성되어 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의 사진이 책 속의 글을 더 가까운 이야기로 느끼게 했다. 사진보다는 글에 더 집중되어 있다. 단순한 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담는 글이어서 그리 가볍다고는 볼 수 없다. 4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인데 빈틈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작품으로 빼곡하다.

 

   도저히 내 머리로 그려낼 수 없는 문장을 읽고 있을 때는 이보다 더 난해한 외국어도 없겠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럴 땐 탁기형의 사진을 뚫어져라 봤다.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쓴 글이기 때문에 글만으로 어려울 때는 사진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오래 걸린 독서에 지치긴 했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내가 맞닥뜨린 걱정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아, 이 많은 문장들을 언제 다 필사하지? 옮겨 써두고 자주 보면서 오래오래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이 그리도 많은 것. 좀 아이러니한 결과지만 늘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진 나였기에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면을 잘 볼 수 있는, 그러니까 나보다 눈이 두 개 쯤은 더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의 깊이를 더 잘 알 수 있었을 거라고, 그래서 내 것과는 비할 수 없이 큰 기쁨을 느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더한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시를 읽는 기쁨은 하나다. 글 속에 들어가 작자가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을 완벽에 가깝게(절대 완벽히 알 수는 없겠지)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의 체험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낄 때. 그 때의 전율! 아무도 모를 비밀의 낙원을 글을 쓴 사람과 나만이 보게 된 것 같은 특별함이랄까. 전영관의 글도 그렇다. 그가 본 신세계를 많이 들여 봤다. 전부를 볼 수 있도록, 노력은 나의 몫이다.

 

   -花

 

 

 

사진과 함께 글귀가 적혀 있다.

글귀는 본문에서 가장 돋보였던 문장으로. 

 

 

왠지 어디선가 봤을 것 같은 장면.

사진은 주변 가까이의 장면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도 더 가깝게 다가온다. 

  

 

제일 좋았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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