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너무 익숙해서 - 느리게 여행하기
서제유 지음 / 미디어윌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뭐지, 이 익숙한 기분은. 책장을 아주 느리게 넘기면서 계속 그 생각에 빠져 있었다. 석연치 않은 익숙함. 이국적인 사진과 작가의 단상에 적응될 무렵에서야 알아챘다. 나는 이런 글들을 아주 많이 봐왔다. 한창 미니홈피가 붐이었던 시절에, 하루에도 수십 개씩. 타인에게는 없는 독보적인 이미지를 확보하고 그 밑에 짧은 글을 기록하는 패턴은 낯이 익다 못해 나에게도 배어버린 글쓰기 방법 중 하나였다. 서제유의 미니홈피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아, 이 사진은 정말 좋네. 이 글은 정말 공감된다. 그런 부분에는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해두었다. 마치 예전 내 미니홈피로 스크랩을 했던 것처럼. 누구나 다 수월하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언제 읽어도 부담되지 않을 책이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게 있다면 여행에세이에 내가 기대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여행자들의 기록을 통하여 보다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자세할수록 좋았고 그 속에 어떤 정보나 쓰는 이의 깨달음이나, 사건에서 오는 감동 같은 게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떠나지 못하는 이쪽에서는 떠나 있는 그쪽의 체험을 나누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고 세세한 여행에 관한 기록을 나열하는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쪽이 밟고 있는 세상이 배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서제유의 <오늘이 너무 익숙해서> 는 내게 그 부분을 충족시켜주지 못해서 아쉬웠다. 이 책에는 떠남, 자아, 사랑, 대화, 여정의 다섯 파트가 있는데 내가 기대한 부분은 대화 파트에 조금 나왔다. 물론 나는 이 책이 작자의 단상을 주로 기록하고 있다는 사전 정보를 몰랐으니까 엉뚱한 기대를 혼자 했다가 실망한 걸 수도 있다. 그래도 역시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작가의 여유가 느껴지는 것은 좋았다. 누구나 꿈꾸는 여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녀가 부러운 것은 당연하다. “언젠가 너의 온몸에 내 발이 닿을 수 있게 해줘.”라고 오늘도 지구에게 기도하고 있을 그녀. 서제유의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보다 더 자세한 여행 이야기를 듣고 싶다.

 

   -花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과 짧은 글귀는

오래 전 심취했었던 미니홈피를 연상시켰다.

바로 스크랩할만한 페이지.

 

 

단상의 기록.

마지막 문장이 오래 남았던.

 

 

마음에 드는 페이지엔 퍼가요~♡+스크랩 대신 포스트잇을 붙였다.

비가 토닥토닥 거린다니. 진심으로 놀랐던 부분.

앞으로 비가 오는 날이면 이 페이지가 생각나겠지.

그리고 무조건 싫었던 비가 위로로 다가오는 날이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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