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 제4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이수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자주 그런 질문을 받았다. ‘너는 왜 슬픈 노래만 들어?’, ‘너는 음침한 이 글이 좋니?’, ‘이상이니, 인간실격이니, 넌 이런 책들이 정말 재미있다고 읽는 거니?’, ‘고전은 무슨 놈의 고전이야. 그거 다 아는 척하려고 그러는 거 아냐?’, ‘배경음악 봐. 연주곡 뭐니? 분위기 있는 척 하고 있네.’

 

   사실 뭐라고 설명할 필요가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내가 글을 쓸 때 가사가 없는 연주곡을 듣고 제목만으로도 철학자를 연상시키는 책을 집적이는 건 순전히 내 마음인거니까. 슬플 때 겁나게 슬픈 음악을 주구장창 듣는 일을 왜 타인에게 이해시켜야 하는 건지 도통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따금 어떻게도 피할 수 없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꼭 상대를 납득시켜야만 하는 미션을 받은 사람처럼 해명을 해야 했다. 마치 내가 되게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서, 변명을 하듯 말이다. 그 때 내가 이수진의 책을 알았다면 구구절절 떠들 필요가 없었겠지. 이 책을 들어 보여주면 그만이었을 테니까.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내게 곱지 않은 질문을 던졌던 이들이 이 책에선 고양이 애호가들로 나온다. 딱히 고양이 애호가들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가장 두드러지는 무리였을 뿐이다. 그들 전부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붐처럼 일어난 고양이 키우기에 합류한 사람들, 마치 고양이를 키우는 일이 고급 취향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이들을 무시하는 ‘버틀러’들이 그 대상이다. 이 책에서 버틀러는 취향을 차별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대항하는 것이 ‘안티 버틀러 클럽’이다. ‘안티 버틀러 클럽’에는 각자 나름의 사연을 안고 합류한 6인이 있다. 이들은 고양이 애호가들을 지지층에 포함시켜 대통령이 되려하는 장국태의 당선을 막기 위해 힘을 모은다.

 

   문자 하나로 차인 남자의 등장으로부터 반사회적 운동으로까지 확장되는 소설의 진행이 흥미롭다. 안티 버틀러 클럽의 회원 6명의 사연들도 소설의 굵은 가지를 쳐주고 있는데 그들 나름의 스토리도 빈약하지 않았기에 소설이 더 탄탄하게 느껴졌다. 문제가 있다면 고양이에 관한 거였는데. 물론 미스터 버틀러가 고양이가 아니라 이구아나 버틀러였다면 우린 같은 방법으로 이구아나를 노렸을 거야.(278p)라고 했으니까 그 부분은 차치하고. 뭐, 일단 나는 고양이를 새끼처럼 키우는 친구들이 있는 만큼 그들의 새끼니까 내 새끼는 아니더라도 조카쯤은 하는 생각에 특별히 여기는 축이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물고 빨고 비벼대고 할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는 그런 애매한 입장이었는데도 특정 몇 가지는 불편하게 다가왔다. 이를 테면 오의 실험이라거나 박의 행위, 윤형자의 식성 그런 것. 그래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의 책임의식을 언급해서 좋았고 고양이를 키운다는 공통점을 악용하려는 자를 응징한다는 설정은 좋았다. 물론 가장 좋았던 것은 몇 번이나 반복해서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서. 취향을 존중합시다. (143p)

 

   취향이라는 점과 함께 다름에 관해서도 생각하게 한 소설이었다. 특별함에 대한 강박관념(88p) 으로 나와 다르다는 것을 나보다 못한 것으로 여기려는 건 아닌지, 반성해 봐야 했다. 취향이 모두 다른 우리가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를 고민해야하고 타인을 존중하려는 노력을 보다 더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한다. 빼놓고 지나간 부분이 있는데 1장에서 보여준 이수진의 문체는 완벽한 내 취향이었다. -데 라면서 길게길게 이어가는 스타일. 그 속에 비아냥과 말장난을 위트 있게 섞어 픽픽 웃게 하는 문장. 사실 소설의 등장인물이나 굵직굵직한 이야기들도 좋았지만 나는 소설의 1장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이수진이라는 작가와 함께 그 문장들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기도.

 

   -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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