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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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오는 밤이면 미쓰코는 머리맡에 놓여 있는 지옥의 살라미 짱이라는 만화를 읽는다. 만화책을 가만히 볼에 갖다 대면 엄마 냄새가 나고 엄마의 손을 만진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더 이상 만질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게 된 엄마를 추억하는 방법이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미쓰코는 발이 붕 떠 있는 불안정한 날들을 보낸다. 살라미짱을 좋아하고 살라미짱과 꼭 닮은 엄마가 사라져서 미쓰코의 세상은 회색이 되었다. 하지만 계속 그런 건 아니었다. 잃어버린 색이 최근 들어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런 것이 인생이다, 주주고기가 지글거리며 익어가는 소리 속에 그런 말이 들린다.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고 조금 더 힘을 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목소리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주주는 스테이크와 햄버그 가게 주주를 중심으로 주인공 미쓰코를 비롯한 가족과 이웃들의 다사다난한 인생살이를 그린 소설이다. 가게의 활력이나 마찬가지였던 미쓰코의 엄마가 심장마비로 쓰러진 후 생기를 잃은 상실의 세계가 미쓰코와 미쓰코 가족, 이웃 사람들이 서로를 스치며 다시금 채색되어 가는 과정을 따스하게 그리고 있다. 굉장히 일상적인 게 특징인데, 그럴수록 주주라는 가게의 의미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언제나 거기 있는 것, 그래서 더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것.

 

얼마나 많은 풍경들에 위로를 받아왔던가를 새삼 돌아보게 된다. 늘 보던 나무가 거기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 여기가 우리 동네구나 싶고, 평생 보고 자라 온 베란다 밖 풍경을 두고 가야 한다는 이유로 이사가 정말 싫었다. 거기 있어 안심되고, 없어지면 싫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그런 생각 없이 보낸다. 부모라는 존재 역시 그렇지 않을까. “어느 틈에 부모가 죽고, 이런 나이가 되다니. 믿기지 않는다(13p)”던 미쓰코의 독백은 그래서 더 크게 다가온다.

 

거기 있었는데 사라진 것들 때문에 휘청거리는 게 인생이다. 그리 생각하면 사람은 도통 혼자서는 서지 못하는 생물 같고 붙들어 쥘 무언가가 간절해 보인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단골 가게나 좋아하던 소리 같은. 주주누군가는 그 소리에 마음을 기대듯이.

 

영원한 것은 영원한 것이 없다는 사실뿐이다, 같은 진부한 말을 떠올릴 때면 어쩐지 바나나 소설의 힘도 강해지는 것 같다.

 

미쓰코의 엄마는 죽었다. 슬프지만 당연하다.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엄마가 죽어도 엄마의 손길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 그 자리를 채우고 그 역할을 도맡으며 이어간다. 그렇게 엄마가 있을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 간다. 그런 게 인생. 이 말은 그녀의 소설을 읽는 동안 몇 번을 반복해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건 곧 위로와 같다. 바닥을 딛고 일어선 주문이 된다. 그런 게 인생, 이 상실이 끝이 아니야.

 

한때 내가 왜 요시모토 바나나에 푹 빠져 읽었는지를 새삼 알게 해준 소설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식 인간관계(?)는 좀 어려운 것 같다. 본인들이 괜찮다니 딱히 할 말은 없는데 뭔가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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