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9PM 밤의 시간 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
김이은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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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산다는 건 뭘까. 가치 있게, 잘 산다는 건 대체 뭘 말하는 걸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해선은 그런 삶을 바랐다. 아주 바랐다. 항상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그녀는 스스로를 채찍질해왔다. 열정적으로. 동시에 위선적으로.
 
언행에 반하는 속마음이 튀어나올 때마다 그녀가 섬뜩했다. 그 섬뜩함은 그녀의 아들이 죽은 후로 배가됐다. 아들의 죽음으로 해선은 인간으로서의 중요한 무언가를 아주 잃어버렸다. 그러잖아도 위태위태해보이던 그녀의 인간성이 전소하고 눈 먼 생존본능이 그녀의 몸 안에서 역동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들 진영은 맑고, 순하고, 힘이 약했다(133p). 그래서 죽었다.
 
그녀는 살고 싶었다. 안전하고 완전하며 확실한 미래를 그녀는 여전히 바랐다. 엄마의 유언처럼 인간답게 살고 싶다, 그저 잘 살고 싶다, 그뿐이었다.
 
욕망은 굳건했고 훼손된 인간성은 회복의 길이 없었다.
 
바로 잡지 못한 위선 위로 시체가 쌓여갔다. 그녀는 그녀와 꼭 닮은 딸과 함께 남겨졌다. 재가 된 방 안으로 질문들이 불어왔다.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 인간답게, 가치 있게 산다는 건 정말 뭘 말하는 걸까.
 
뇌리에 붙은 그 질문이 지긋지긋해질 때까지 떨어지지 않던, 그런 이야기였다.

안락한 승용차의 뒷좌석에 단정하게 앉아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엄마는 그 점을 강조했다. 산다고 해서 다 똑같이 사는 건 아니라는 걸. 다르게,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걸. 엄마는 착하게 살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그게 거짓이란 걸 아니까. 그건 이제 죽어버린 과거의 유산 같은 교과서 안에나 있는 말이다. -129p

난 살기 위해 태어났다. 그 외에는 아무런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내가 할 수 있거나 혹은 내가 할 수 없다고 여기던 일들도 해내야 할지 모른다. 그것이 뭐가 나쁜가. -1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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