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랭킷 캣
시게마쓰 기요시 지음, 김미림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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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대여해준다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한 심정으론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라는 마음이 컸다. 고양이가 얼마나 똑똑하든, 얼마나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았고 녀석들이 태생부터 써온 담요가 또 얼마나 만능적인 효력을 발휘하든 세상의 온갖 부작용이 종유석처럼 자라고 있는 내 머리로는 역시 좀 석연치 않았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내게 판타지에 가까웠다. 하지만 고양이를 빌리겠답시고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또 어찌나 현실적인지. 극적이긴 했지만 주변 어딘가에서는 하나 둘 일어날 법한 일들이었고 그렇게 이 소설은 내 안에서 또 다시 장르의 노선을 이탈했다.
 
쓸쓸하고도 애틋한 단편 영화를 7편이나 연달아 본 기분이었다.
 
웃기고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둡고 막막한 것도 인생이다. 그런 순간이 오는 때가 반드시 있고 그때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 안에 모여 있었다. 그들 곁에는 담요 하나면 충분한 영리한 고양이들이 동행했다. 어느 때는 분신으로, 또 어느 때는 신의 사자로. 죽은 이들을 대신하거나 가져본 적 없는 사람을 대신하면서.
 
찬찬히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따분할 수도 있겠고 이건 뭐야, 싶은 구석도 적잖이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인 시간보다는 확실히 남는 게 더 많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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