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홍보 문구들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스마트 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시가 아키라
누구나 겪을 법한 사소한 일이 생각지도 못한 일을 몰고 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를 테면 늘 그렇듯 이런저런 생각으로 멍하게 걸어가다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쳤는데, 그 사람이 은지원이라거나……(그렇게 나는 또 잠시 현실 로그아웃을……). 여하튼 판타지고 로맨스고 스릴러고 그런 흔한 우연이 단초가 될 때 더 관심이 생긴다. 그 작고도 진부한 사건이 ‘이건 오늘 너에게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야’하며 현실감을 확 끌어주기 때문이다. 그런 면으로 봤을 때 내가 이 소설에 끌린 건 우연이 아니었으리라. 이건 뭐, 제목부터 너무 들이대주셔서. 예상대로 누군가 택시에 두고 내린 타인의 스마트폰을 줍는 것으로 사건이 시작된다. 대가도 없이 휴대폰을 고스란히 돌려준 고마운 사람이 자신의 은밀한 비밀 전부를 캐낸 위험한 실체로 등장할 때까지, 독자는 휴대폰과 그에 연동된 SNS로 한 개인이 얼마나 쉽게 조작되고 이용당할 수 있는지를 질릴 만큼 목격하게 된다. 실로 이때의 범인은 너무도 정열적이었다. 은둔형 외톨이 성향이 있는 오타쿠(29)라는 자기고백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원하는 바를 취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정말 그랬다. 대상을 향한 비정상적인 집착과 대담하고 적극적인 행동력, 거기에 오타쿠라 자칭할 만한 컴퓨터 분야의 전문성. 이 세 가지가 합쳐져 탄생한 괴물이 인터넷에 지배당한 이 세계에서 어떻게 군림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단지 남친이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그 휴대폰 대기화면에 내 얼굴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괴물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섬뜩함 또한. 엔터테인먼트 개발국장이라는 작가의 이력을 꽤 오래 염두에 두고 읽었다. 그도 그럴게 ‘무슨 일이 있어도 독자를 즐겁게 만들겠다는’이라는 문구 같은 걸 책날개에 보란 듯이 써 넣으면 아무래도 기대하게 된다. 그렇지 않나. 만담 같은 대화라든지, 예능 특유의 연출이라든지. 하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소설은 무던하게 흘러갔고 최종장에 거의 다다라서야 나는 아! 하며 작가의 이력을 상기했다. 피해자가 죽기 직전인 상황이었는데. 서장의 결단이 절실한 중요 장면이었는데. 아무래도 잘못 짚은 것 같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추천사과 뒷표지마저 다 읽고 나니 이번엔 뭔지 모를 억울한 기분이 몰려왔다. 아무래도 과장되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감동의 결말’이라는 문구에서 얼마나 오래 생각해봤는지 모른다. 나는 으잉???스러웠던 것밖에 없었는데. 특히 추천사가 정말 읽기 힘들었다. 그렇게 격정적인 추천사는 거의 못 본 것 같다. 흥분에 전 어조로 뭘 자꾸 단언하는데 그러다보니 외려 진정성을 의심하게 됐다. 그리고 내가 읽었던 책날개는 바로 이 사람의 추천사를 인용해 붙인 거였고……. 과장된 홍보 표현들만 아니면 더 마음에 들었을 소설이다. 좀 더 일상적으로 흘러갔으면 좋았을 걸 하는 마음도 있긴 했지만 애초에 일상적에서 범죄나 사체 뭐 이런 게 나오는 게 더 이상할 것 같다. 불륜, AV배우, 자살 등등의 비일상적 요소가 버무려져있긴 하지만 일본소설 특유의 가독성으로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역시 휴대폰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사용하지 않는 SNS를 정리해야겠다였나. 뭐가 되었든 세상이 너무 무섭다로 끝이 난다. 범죄가 너무 가까이 있다. 점점 더 가까이 옮겨오는 게 느껴져 나는 가끔 전력으로 몸서리치곤 한다. 으으으.
비밀번호를 뚫어버린 도미타의 스마트폰은 이제 알몸이나 마찬가지였다. 2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