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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잠시 멈춤
구희상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5월
평점 :
방콕에서 잠시 멈춤을 읽어보았습니다.
저자분은 두 번에 걸쳐 두 달 동안 방콕에서 체류했던 경험을
책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방콕이라는 도시는 특유의 나른함과 평화로움,
곳곳에 스민 불교의 정취, 특색 있으면서도 입맛을 당기는 음식 등 여러 가지 매력으로 여행객을
잡아끄는 도시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떠나지 못하는 여행객들에게 작은 위안이 될 것 같은 책이라 느꼈습니다.
내 첫 번째 방콕 행은 도망이 이유였다.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 말이다. 지금이야 꿈을 위해 살겠다며 커리어고
뭐고 다 내팽개친 대책 없는 사람이지만, 소싯적에는 바짝 엎드려 살아온 소시민이었다. 나쁘게 말하면 쫄보, 항상 속해 있던 조직에 순응했으며 반항 한
번 하지 않았다. 이 시스템에서 낙오될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현실에 얽매여 살았는데, 여행을 가면 그 스트레스가 풀렸다.
-P.16-
여행을 가는 많은 이유가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인데요, 이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시민들이 느끼는
감정이 잘 드러나 있어서 많은 공감을 샀던 대목입니다.
이 책은 몇 일의 여행이 아니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할 수 있는 두 달간의 체류를 그린 책이기 때문에 여행에서는 놓칠 수 없는 방콕의 이모저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태국의 역사, 문화 등에 대해 다른
여행책과는 달리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여행책자가 아니라 에세이+방콕 소개가 곁들여진 책이라는 게 이 책의 장점이자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천년 가까이 강대국으로 살아와서 그런지 태국인의 자존심은 매우
세다. 특히 국가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현지인
친구와 음식 이야기를 하다가 태국인 특유의 강한 자존심을 경험했다. 방콕에 머물면서 이상했던 점은, 훌륭한 태국 요리보다 외국 음식의 맛이 기대 이하였다는 것이다. 방콕에서
일식과 피자, 파스타 등 가장 대중적인 외국음식을 먹어봤지만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P.76-
제가 읽으면서 맞아맞아!를
외쳤던 부분입니다. 저 역시도 방콕 여행 때 도통 호텔 요리가 입에 맞지 않아 조식을 입에 대지도 못했던
경험이 있는데요 (아까운 내 돈…ㅠㅠ) 저자는 현지화 때문에 음식이 타지인의 입맞에 맞지 않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의 현지화는 결국 태국인의 맛부심 때문이라고 하는데 흥미로운 해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는 태국의 정치, 사회, 빈부격차 등 어두운 일면까지도 낱낱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여행객보다 오랜 기간 체류하고, 현지인 친구가 있는 덕분에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책자가 아니라 방콕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
쓴 책이라는 걸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방콕을 사랑하는 또 다른 분이
계시다면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방콕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