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빌리의 비참
알베르 카뮈 지음, 김진오.서정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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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시절, 알베르 카뮈는 전공 수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 인물이었습니다. 특히나 그의 작품 [이방인]은 원서로 읽으며 그에 대한 짧은 논문을 쓰고 발표했던 기억이 납니다. 프랑스인이었지만 식민지 알제리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는 조국에 대한 애정보다는 그의 터전이었던 알제리에 대한 애정이 더 컸던 것이 아닐까 종종 생각했던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알제리 해방 전선 때 알제리의 독립도 아니고, 프랑스의 식민지령으로 남는 것도 아닌 애매한 주장을 했던 것은 많은 이에게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프랑스인으로서 식민지령으로 살았기에 식민지 지배하의 고통받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조리의 고발과 허무주의 문학으로 유명한 카뮈가 기고를 했던 적도 있는데, 바로 이를 책으로 엮어낸 작품이 [카빌리의 비참]입니다. 이는 193965일에서 15일까지 일간지에 기고했던 그의 보고서이며, 카빌리에서의 카빌인들의 처절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곡물 생산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카빌인은 곡물로 만든 갈레트(빵의 일종)이나 쿠스쿠스(곡물 가루를 뭉친 것)을 주식으로 섭취하며 연명했다는 점, 아이들이 쓰레기를 놓고 길거리의 개들과 싸움을 벌이는 점, 노예제도와 같은 노동시스템 하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카빌리의 실태를 낱낱이 고발하고 있는 이 책은 지식인의 사명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한편, 식민지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인으로서는 그의 이러한 모습이 모순적인 동정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복잡한 심경이 들기도 합니다. 이 점을 역자도 잘 포착한 것인지 카뮈는 프랑스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얘기합니다. 식민지주의라는 오만하고 야만스런 사상은 쉽게 벗을 수 있는 것인가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덕분에 알제리와 카빌리의 현실이 어떠한지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지 지역이나 다름없는 척박한 카빌리에 그 누가 관심을 갖고 있었을까요. 모두가 침묵하고 있을 때 진실을 외쳤던 알베르 카뮈 덕분에 모두가 현실에 눈을 뜰 수 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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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예술가들 - 스캔들로 보는 예술사
추명희.정은주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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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에 대한 영화를 보면 그들은 사랑에 참 맹목적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예술가 특유의 예민한 기질 덕분인지, 아니면 작품에 대한 원동력이 되고 영감이 되어서인지 몰라도 예술가들의 사랑은 일반인의 것과는 그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이번에 읽은 [발칙한 예술가들]에서 공동 저자 추명희 칼럼니스트와 정은주 칼럼니스트가 예술가들의 사랑과 삶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독자들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두 저자의 전문 분야가 각각 다른 만큼 음악은 정은주 칼럼니스트가, 미술은 추명희 칼럼니스트가 맡아서 소개해 주고 있는데, 정은주 칼럼니스트의 경우 각 예술가들을 소개하기 전 도입부에 짧은 가상 인터뷰를 실은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예술가들이 실제로 아직 살아 숨쉬고 그들과 함께 인터뷰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정은주 칼럼니스트가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고 그들에 대한 애정 또한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투란도트]의 팬인지라 푸치니에 대해 상당히 기대를 하고 읽어봤는데 푸치니만 가상 인터뷰가 없더라구요. 하지만 마지막 소개 인물이었던 만큼 상당히 자세하고 정성스런 그와 그의 아내 엘비라의 결혼생활에 대한 일화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추명희 칼럼니스트의 경우, 도입부에 짧은 관련 일화를 실어 마치 애피타이저 같이 예술가들에 대한 독자의 흥미를 돋궈주도록 합니다. 첫 대상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였는데, 저 또한 매우 좋아하는 인물 중 한 명이라 반가웠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 중 한 명으로 일컬어지는 다 빈치가 음식점을 차렸던 일은, 그것도 보티첼리와 공동으로 창업했던 일은 몰랐던 사실인데요, 그의 음식점이 폭망했다는 사실은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요리에는 소질이 있었지만 장사에는 소질이 없었나 싶기도 합니다.  

책 등을 보면 음악은 녹색, 미술은 붉은 색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런 사소한 부분을 섬세하게 배려한 점에 감탄했습니다. 소개인물이 많은 만큼 골라 읽고 싶은 독자들이 많을 것 같은데 찾아보기 편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두 저자가 각 예술가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만큼, 마치 우리 옆에서 의자에 앉아 나직히 설명을 해주는 느낌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던 책이었습니다. 딱히 예술을 좋아하지 않으신 분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글은 문화충전200%의 소개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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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의 역사 - 비너스, 미와 사랑 그리고 욕망으로 세상을 지배하다
베터니 휴즈 지음, 성소희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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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여신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욕망을 투영해 내곤 했습니다. 특히나 이 중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지 못해도 누구나 알고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비너스라는 신의 기원은 저 멀리 고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전쟁과 애욕의 여신이었던 하토르 – 전쟁과 복수의 여신 세크메트로 표현되거나, 전쟁과 풍요의 여신 이난나(이슈타르)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번에 읽었던 [여신의 역사]에서 저자는 여신이라는 존재가 생겨나게 된 경위와, 여신이 어떤 모습으로 각 문명마다 표현되고 변화해왔는지를 역사와 그 흔적을 통해 설명합니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밀로의 비너스상이 우리 현대인에게 가장 익숙한 비너스의 모습일 수 있지만, 사실상 비너스라는 여신의 존재를 표현한 사례는 상당히 많습니다. 기원전 3000년 경으로 추정되는 사이프러스에서 발견된 렘바의 여인상은 풍요와 다산을 기리기 위해 자웅동체처럼 그려진 여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바빌론 문명이 꽃을 피웠던 힐라의 네크로폴리스에서 출토된 석고상 <뿔이 달린 아스타르테>는 비너스의 조상 중 하나로써, 뿔이 달린 모습으로 표현되며 생명과 전쟁, 죽음, 파괴까지 관장했던 신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여신 자체가 문명의 지향점과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문명이 발달하고 변화하면서 여신의 모습 또한 변화하게 됩니다.
“아프로디테와 그 조상들은 단순히 난잡한 성애와 전쟁의 수호자만은 아니었다. 이들은 열렬하고 과격한 문화 풍토, 잔혹하지만 그만큼 찬란하고 요동치는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신성하고 핵심적인 존재였다. 이 여신은 문명의 동반자였고, 좋는 나쁘든 인간 사회가 품은 야망의 총체였다. 아프로디테는 다면적이고, 휘황찬란하고, 지독하리만큼 섬뜩한 힘이었다.”
-p.40- [여신의 역사]

위 문장이 여신에 대한 존재 이유를 잘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여신이라는 존재도 암흑기였던 중세를 만나면서 갖은 수모와 치욕을 당하게 됩니다. 바로 기독교의 혐오 대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비너스-아프로디테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어떤 이는 아프로디테 조각상을 훼손하기도 합니다. 또한 비너스 자체를 폄하하며 그 평판을 깎아내리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르네상스를 만나고, 보티첼리의 손에 의해 다시 재탄생하게 됩니다.

현대 문명에서는 비너스를 소재로 한 문학, 음악, 연극 등이 수도 없이 탄생하고 있기 때문에 비너스-아프로디테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사례는 손에 꼽을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저자는 인류가 사랑에 대한 관심을 잃기 전까지 비너스의 존재와 그 매력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얘기합니다. 인류와 그 족적을 함께한 여신이니 만큼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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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불리기 1일차입니다 냥이문고 3
정유진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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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와 경기 침체로 인해 많은 이들이 재테크과 주식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열풍은 바로 부동산이 아닐까 싶은데요, 시중에 나와있는 책이나 유튜브의 경우 초심자가 선뜻 도전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번 책 [돈 불리기 1일차입니다]는 그런 독자들의 가려움을 긁어주기 나오기라도 했다는 듯이, 월세방에서 시작하여 이른 나이에 자기집을 장만한 공인중개사 겸 일러스트 프리랜서가 본인의 경험담을 책으로 엮어 냈습니다. 책의 크기가 아주 소담스럽고 분량도 긴 편이 아니기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호기롭게 독립은 외쳤지만 현실의 냉혹함은 차디차다는 것을 일찍 깨달은 작가는 아기 고양이 두 마리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무게를 깨닫고 본인의 집을 장만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초반 월세방을 구하는 과정에서 구해줘 홈즈에서나 보던 열악한 집들을 실제로 겪은 저자의 경험담은 아찔함을 느끼게도 했고, 저자가 키우는 애완견이 마음에 안 드는 티를 내며 이른바 갑질을 하는 집주인의 모습은 사람의 양면성을 느끼게도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많은 굴곡을 겪은 탓인지 저자는 일찍 재테크에 뛰어들게 되고, 공인중개사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됩니다.

책을 읽다보면 많은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쉴 새 없이 펼쳐지는데, 읽으면서도 감탄했던 것은 저자의 멘탈이었습니다. 프리랜서라는 직종은 본인의 의지와 체력이 가장 중요한 직업이기 때문에 조금만 열의를 잃어버리면 금새 길을 잃고 표류하기 쉽상입니다. 그 점을 저자는 지적하며 본인의 작품이 클라이언트의 눈에 안 차는 것 아닐까 하고 객관적 모습으로 바라보고는 선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만들어야 한다 라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얘기하는 저자의 일화는 마치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을 느끼게 했습니다. 재테크에 관해 제가 너무 안이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보통 사람이 쓴 재테크에 대한 책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매우 낮고, 생각해볼 거리도 많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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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 영화의 거장 누구나 인간 시리즈 5
베른하르트 옌드리케 지음, 홍준기 옮김 / 이화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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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인 예술가 중 한 명인 바슬라프 니진스키는 발레 [목신의 오후]를 통해 지구상의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지만, 그가 비극적인 삶을 살아갔다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생의 10년은 자라고, 10년은 배우고, 10년은 춤추고, 나머지 30년은 암흑과 침묵 속에 가리워졌다.’라고 그의 전기작가 리차드 버클은 말합니다. 예술가는 창작 활동의 결과를 보여주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 예술작품 그 자체보다 관심이 적기 마련입니다. 이 법칙은 영화감독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세계적인 거장 히치콕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 번은 들어봤을 만한 일종의 고유명사가 되었지만 그의 일생의 궤적 자체는 영화에 비해 유명하지 않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함인지 작가 베른하르트 옌드리케는 거장의 삶의 행적을 촘촘하게 따라가며 히치콕의 영화 기법, 철학 등을 책에 녹여냈습니다.

상인 집안 출신인 히치콕은 하늘이 그의 앞날을 예견하기라도 하듯이 영국 최초의 극장이 건설된 해에 태어났습니다. 20대부터 이미 상당히 둔탁한 체형을 가졌던 그는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폐쇄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통했고 추리 소설을 즐겨 읽었다고 합니다. 그가 가장 흥미를 느꼈던 작가가 에드거 앨런 포인데, 포의 소설 영향 덕분인지, 아니면 그 자체가 음산함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인지 히치콕 영화 특유의 소름끼치는 기법과 분위기가 탄생한 듯 보입니다. 책은 우리가 몰랐던 그의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일들, 그의 생각들을 알려줍니다. 일례로 반전으로 유명한 그의 [하숙인]은 대표적인 스릴러 장르로 뽑히고, 폭력과 범죄에 노출된 소시민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히치콕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카메라 앵글을 보통 사람들의 관점에 맞춤으로서 소시민이 영화를 보며 주인공과 동일시하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병아리 감독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그가 명성을 거머쥐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는 아니었을 테지만, 그에게도 힘든 시절은 존재했습니다. 그가 완전한 실패작이라고 일컫는 [리치 앤 스트레인지] 이후 기존의 스튜디오와의 작업이 끊긴 그는 큰 재정적 손실을 맞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바닥을 치면 올라갈 때가 있듯이, 그는 고먼트 브리티시와 손을 잡음으로서 재기에 성공하고 [너무 많이 아는 사람], [39계단] 등 잇다른 성공을 손에 쥐며 미국 영화계의 관심 또한 끌게 됩니다. 이후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 등과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아는 히치콕의 영화 [현기증], [사이코] 등이 탄생하게 됩니다.

갖가지 표창과 기사직까지 수여받은 히치콕은 영화 그 자체의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영화에 대한 애정과 그 철학은 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습니다. 노력하는 자는 이길 수 없다는데, 노력에 애정까지 가득한 천재를 누가 이길 수 있었을까요. 그의 일생은 읽는 이로 하여금 삶과 직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게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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