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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 영화의 거장 ㅣ 누구나 인간 시리즈 5
베른하르트 옌드리케 지음, 홍준기 옮김 / 이화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천재적인 예술가 중 한 명인 바슬라프 니진스키는 발레 [목신의 오후]를 통해 지구상의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지만, 그가 비극적인
삶을 살아갔다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생의 10년은
자라고, 10년은 배우고, 10년은 춤추고, 나머지 30년은 암흑과 침묵 속에 가리워졌다.’라고 그의 전기작가 리차드 버클은 말합니다. 예술가는 창작 활동의
결과를 보여주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 예술작품 그 자체보다 관심이 적기 마련입니다. 이
법칙은 영화감독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세계적인 거장 히치콕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 번은
들어봤을 만한 일종의 고유명사가 되었지만 그의 일생의 궤적 자체는 영화에 비해 유명하지 않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함인지 작가 베른하르트 옌드리케는 거장의 삶의 행적을 촘촘하게 따라가며 히치콕의 영화 기법, 철학
등을 책에 녹여냈습니다.
상인 집안 출신인 히치콕은 하늘이 그의 앞날을 예견하기라도 하듯이 영국 최초의 극장이 건설된 해에 태어났습니다. 20대부터 이미 상당히 둔탁한 체형을 가졌던 그는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폐쇄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통했고 추리
소설을 즐겨 읽었다고 합니다. 그가 가장 흥미를 느꼈던 작가가 에드거 앨런 포인데, 포의 소설 영향 덕분인지, 아니면 그 자체가 음산함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인지 히치콕 영화 특유의 소름끼치는 기법과 분위기가 탄생한 듯 보입니다. 책은 우리가 몰랐던 그의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일들, 그의 생각들을 알려줍니다. 일례로
반전으로 유명한 그의 [하숙인]은 대표적인 스릴러 장르로
뽑히고, 폭력과 범죄에 노출된 소시민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히치콕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카메라 앵글을 보통 사람들의 관점에 맞춤으로서 소시민이 영화를 보며 주인공과
동일시하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병아리 감독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그가 명성을 거머쥐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는 아니었을 테지만, 그에게도 힘든 시절은 존재했습니다. 그가 완전한 실패작이라고 일컫는
[리치 앤 스트레인지] 이후 기존의 스튜디오와의 작업이 끊긴
그는 큰 재정적 손실을 맞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바닥을 치면 올라갈 때가 있듯이, 그는 고먼트 브리티시와 손을 잡음으로서 재기에 성공하고 [너무 많이
아는 사람], [39계단] 등 잇다른 성공을 손에 쥐며 미국
영화계의 관심 또한 끌게 됩니다. 이후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 등과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아는 히치콕의 영화 [현기증], [사이코] 등이 탄생하게 됩니다.
갖가지 표창과 기사직까지 수여받은 히치콕은 영화 그 자체의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영화에 대한 애정과 그 철학은 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습니다. 노력하는 자는 이길 수 없다는데, 노력에 애정까지 가득한 천재를
누가 이길 수 있었을까요. 그의 일생은 읽는 이로 하여금 삶과 직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게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