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p.
"...정원에 시체를 묻은 사람은 흔히 그 위에 꽃을 심으려 하지. 최대한 견고한 건물을 세우고도 싶을 거야. 발각되지 않도록,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진상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365p.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먹는 경우가 있어요.‘
..고토에의 말이 또다시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고토에의 육신에서 떠나가는 온기를 뒤쫓듯, 향기는 서서히 스러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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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p.
..나는 태어났다.
..처음엔 이런 식의 문장은 완전하다고, 전부 다 갖추고 있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이 문장으로 시작할수 있는 글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에 정확한 날짜를 적게 되면 우리는 그만 써도 된다.
..나는 1936년 3월 7일에 태어났다. 끝. 몇 달째 이 문장을 쓰고 있다. 34년 6개월 전부터, 지금까지도!
..대개, 사람들은 이어서 쓴다. 이 문장은 상세한 설명을, 더욱더 상세한 설명을, 온전한 이야기를 요구하는 그럴싸한 시작이다.

39p.
..그리고 그는 하얀 종이를 앞에 두고 오랫동안 떨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하얀 종이를 앞에 두고 오랫동안 떨고 있었다.)

46p.
..바로 그 순간 선택의 문제가 제기됩니다. 정확하게 삶 전체에 대한 질문입니다. 제게는 거의 낯선 것들을 신뢰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바로 그때 알게 됩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내 상황을 완전하게 책임져야만 하는 순간임을 알게 되지요....

85p.
..그렇다면 나는 정말 특별하게 말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던가? 그런데 나는 무엇을 말했나? 무엇을 말하는 것이 중요한가? 내 상태를 말하는 것이? 내가 쓴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 내가 작가임을 말하는 것이? 무엇을 알리고 싶은 욕구인가? 내가 알릴 필요가 있음을 알리고 싶은 욕구인가? 우리는 지금 무엇을 알리고 있는가? 글쓰기는 그냥 거기에 있다고 말한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얼음 궁전 속에 있다. 그 안에서 말들은 서로서로 참조하고, 자기 그림자 말고 다른 것은 결코 만나지도 못하면서 끝도 없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

109p.
..누구든 『나는 기억한다』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누구도 그 책 속에 455개의 ‘나는 기억한다‘를 쓸 수 없으며, 누구도 똑같은 기억들을 쓸 수 없겠지요. 이것은 마치 집합론 같아요. 나는 X와 추억들을 공유하지만, Y와는 공유하지 않아요. 그리고 우리의 추억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집합 속에서 자신을 위해 단 하나의 형상화를 선택할 수 있고요. 이것이 기억들 사이의 간격을 채우는 묘사이며, 어떤 점에서 보면 그 세대 전체가 그 묘사에서 자신을 알아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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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하트와 포테이토는 뭐가 다르다는 거냐?"
.."하트는 심장이고, 포테이토는 감자입니다."
..젊은 남자는 달려들 듯이 말하고는 유리문 밖에서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사람들을 한 번 노려보고는 다시 축 처져서 고개를 숙였다.
..순사는 상당히 기분이 좋은 듯이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후후. 그래? 그런데 어느 쪽이든 뭐 별반 다르지 않잖아."
..젊은 남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순간 유리문 밖 웃음도 멈췄다. 순사는 뽐내듯이 몸을 뒤로 젖히며 말했다.
.."둘 다 쓸데없는 곳에서 싹트고 들러붙고는 썩어버리잖아."

.."아하하. 소비에트 제국주의는 나름 괜찮았어. 그 선전에 속아서 무심코 소비에트 통치 아래로 들어가면 끝나는 거지. 그 나라 노동자와 농민은 지금 소비에트와 마찬가지로 운이 다했으니까. 자본주의 나라가 인민에게 착취하는 것은 돈뿐이야……, 그렇지만 소비에트주의가 인민으로부터 착취하는 것은 피와 눈물 그리고 영혼까지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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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p.
..그렇다. 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비가 언젠가 그치리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332~333p.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그 사람의 기량만 가리키는 표현이 아니었다. 분명 품고 있는 몽상의 크기까지 포함한 경구임에 틀림없다.

390p.
...이윽고 물방울의 음악이 고막에 닿았다. 내 머리에 ‘현명玄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물의 신 혹은 비의 신을 나타내는 단어이자, 글자 그대로 끝 모를 암흑이라는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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