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p. ...따라서 여동생들은 죽은 오빠와 아주 가까웠다. 자신들의 성격과 주변 사람들의 성격은 애매하고 늘 바뀌는 반면, 오빠 로빈의 성격은 강하고 밝고 변함없이 늘 똑같이 반짝거렸다. 여동생들은 그러한 차이가 로빈이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 로빈의 드물고 천사같이 빛나는 성격 때문에 생겼다고 믿으며 자랐다.
55p. ..해리엇에게 이 네덜란드 타일 다섯 개는 잃어버린 문명의 유물이었고 비스킷을 물고 죽은 개보다 더 매혹적이었다. 타일의 수채화처럼 섬세한 푸른빛은 부를 나타내는 청색, 추억과 유럽과 천국의 청색이었다. 해리엇이 이 타일을 보면서 상상해낸 트리뷸레이션은 꿈결 같은 광채와 인광으로 반짝였다.
152p. ...힐리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리엇이 절대 같이 해주지 않아서 슬펐다. 힐리는 키 큰 풀들 사이로 난 그 좁은 길을 해리엇과 함께, 어른들처럼 손을 잡고 담배를 피우면서, 맨다리를 다 베이고 진흙에 더럽히면서 걷고 싶었다. 가랑비가 내리고 갈대밭 가장자리에서 희고 미세한 거품이 올라오는 그곳에서.
189p. ...녹슨 양철 지붕에 난 구멍을 관통해 어둠 속에서 서로 교차하는 길쭉한 칼 같은 빛줄기들은 자욱한 티끌 먼지 때문에 빛이 아니라 고체 같아서, 손으로 쓸면 노란 가루가 묻어날 것만 같았다....
197p. ...해리엇은 아이가 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책에서든 실제 삶에서든) ‘성장‘에는 급속하고 불가해한 쇠퇴가 따르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이 웬 지루한 연인 때문에 난데없이 모험을 포기하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대부분 소 떼처럼 살기 시작하는 것이다.
280p. ..라샤론이 깡마른 골반에 매달린 아기를 끌어 올리고 오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오덤의 포옹에서 소유욕이 느껴지고 포옹을 받는 라샤론의 태도가 공허했기 때문에—주인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불쌍하고 늙은 개 같았다—힐리는 역겨우면서도 약간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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