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5p.
..이 옷의 역할은 ‘이런 옷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하고 알려주는 것이었다고 깨닫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그 옷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고 할 수 있다.
..너를 산 순간 두근거리게 해줘서 고마워. 내게 어떤 옷이 어울리지 않는지를 알게 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떠나보내면 된다. - P-1

45p.
..수많은 집의 책장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책이란 주인의 소망 그 자체라고.
..‘먹으면 안 된다‘ ‘사면 안 된다‘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런 공포가 줄지어 있는 책장이 있는가 하면 ‘이런 사람이 되고 싶어‘ ‘이런 걸 해보고 싶어‘ 하는 바람이 가득한 책장도 있다.
..말하자면 이 서재는 모리카와 씨에게 ‘염원의 숲‘이었다. 그러니 버리기가 어려웠겠지. - P-1

51p.
..정리를 하다 보면 이런 식으로 ‘과거의 베스트셀러‘들이 한꺼번에 버려지는 시기가 있다. 꿈에서 깨어난 듯 설렘이 일제히 끝나고 집집마다 똑같은 책들이 졸업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 P-1

120p.
..가방을, 수첩을, 그리고 양말을 새것으로 바꿀 때마다 나는 ‘잘 가!‘ ‘안녕!‘ 하고 인사를 나누면서 물건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물건과 주인 사이에 놓인 ‘기억의 영혼‘ 같은 것이 내게 말을 거는 거다. 사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결코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류는 예로부터 무수히 많은 신을 숭상했고 물건에 깃든 혼을 두려워했다. 그 목소리는 분명 누구의 귀에도 전해진다. 단지 그것을 알아차리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다. - P-1

126p.
.."괜찮아. 이 찻잔의 역할은 이렇게 할머니가 너를 끌어안을 계기를 만들어주는 거였어. 제 역할을 다 하고 깨졌으니 그걸로 된 거야. 기쁘게 보내주자."
..만나는 물건에도 헤어지는 물건에도 반드시 저마다의 역할이 있어 우리의 삶을 조금씩 바꿔간다. 물건을 대하는 내 태도의 기본은 이 다정한 마녀에게 배운 것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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