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p. ...감귤류 열매의 중과피는 껍질 안쪽 하얀 부분, 즉 귤락이다. 귤락의 영문명인 알베도는 주로 물체가 빛을 반사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용어로 쓰이지만, 감귤류에서는 이와 무관하게 ‘백색‘을 뜻하는 라틴어 albēdō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 귤락의 영문명은 언론 기사나 건강 정보 등을 통해 알베도라는 용어로 알려졌지만, 영어권에서는 ‘피스pith‘라는 단어가 더 일반적이다. - P-1
71p. ..소설 《1984》, 《동물농장》으로 유명한 작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엽란을 날려라》라는 작품에서 돈이란 이름의 신을 거부하고 맞서는 고든 콤스톡이란 인물을 그려냈다. 이는 궁핍한 환경에서 분투한 자신의 삶을 반영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엽란은 1930년대 영국에서 집마다 기르던 흔한 관상용 식물이자, 중산층의 삶이자, 주인공이 결국 타협하고 마는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 P-1
79p. ..뮈즐레는 ‘개 주둥이에 입마개를 씌우다‘, ‘입을 봉하다‘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museler에서 유래했다. 같은 의미의 영단어 muzzle과 어원이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 P-1
114~115p. ..이때 많은 사람이 긴 장화 윗부분에 플라스크를 숨겨 주류를 운반했다. 부츠의 윗부분을 뜻하는 부트레그bootleg(부틀렉)는 금주법 시대를 거치며 밀주 혹은 밀주를 제조·판매하는 행위를 뜻하는 단어가 됐다. 이후 뜻이 더 확대돼 ‘불법으로 만든‘, ‘해적판(의)‘을 의미하게 됐다. - P-1
124p. ..배낭에 대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료는 기원전 33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배낭의 주인은 외치Ötzi, 일명 ‘아이스맨‘으로 불리는 미라다. 이 남성 미라는 1991년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국경 사이 해발 3,200미터 고도의 알프스 산맥에서 발견되었으며, 약 5,300년 전 청동기 시대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빙하에 파묻혀 냉동된 덕에 시신뿐만 아니라 가죽옷과 나무 활·구리 손도끼 같은 소지품까지 온전하게 남았다. 이때 나무 배낭도 함께 발견되었다. 현장에서는 U자 형태로 휜 2미터 길이의 개암나무 막대와 길이 38~40센티미터의 좁은 나무판 두 개가 나왔는데, 학자들은 막대와 나무판을 끈으로 묶어 틀을 잡은 다음, 가죽 자루나 그물을 매달아 배낭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의 지게도 있다. 엄밀히 따지면 배낭은 아니지만, 짐을 얹어서 지고 다닌다는 점에서 빠지면 왠지 섭섭하다. 1690년(숙종 16년)에 나온 《역어유해譯語類解》라는 책에서는 지게의 뜻을 풀어 배협자背狹子라고 적고 있다. - P-1
139p. ..영미권에서는 양말 코핀을 양말 포장 클립socks packing clip이라 부른다. 하지만 양말 코핀 대신 앞에서 설명한 택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대중에겐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고리가 포함된 종이 라벨 포장 방식도 많이 쓰는데, 이는 행택hang tag·양말택sock tag이라고 한다. 브랜드명을 비롯한 각종 정보를 기입할 수 있고 포장·진열에 모두 활용할 수 있어 별도의 브랜드를 가진 양말 전문 업체에서 애용한다. 행택을 양말에 고정하는 역할은 예상했겠지만 우리의 듬직한 친구, 택핀이 맡는다. 양말 중앙을 감싸는 종이 라벨은 양말 띠지wrap label라고 한다. 덧신 양말(페이크 삭스) 안에 모양 잡기 용도로 들어간 두꺼운 마분지 ‘그거‘의 이름은 속대다. - P-1
176p. ..개인적으로는 노루발보다는 말발굽이 더 적당한 우리말 단어라고 본다. 포유류의 하위 분류군 중 우제목偶蹄目과 기제목奇蹄目이 있는데 발굽이 짝수냐 홀수냐가 기준이 된다. 노루는 굽 앞쪽이 갈라져 두 개로 나뉘는 우제목 동물인 반면, 말은 한 개의 굽을 가진 기제목 동물이다. 노루발장도리나 재봉틀 부속 등 노루발이란 이름을 가진 사물들을 떠올려보면, 공통적으로 노루의 발굽처럼 두 갈래로 나뉜 모양임을 알 수 있다. 도어스토퍼에서 바닥에 닿는 부분의 형태는 노루발보다는 말발굽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말 호칭도 후자가 적합하다고 혼자만 생각하고 있다. - P-1
181~182p. ..아일랜드 식탁·페닌슐라형 카운터의 등장은 주방 및 부엌이란 공간의 위상 변화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본디 주방은 집의 중심이었다. 구석기 시대 후기부터 출현해 신석기 시대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가 된 수혈주거竪穴住居, pit-house를 살펴보자. 움집이라고도 하는 수혈주거는 땅에 깊고 평평한 구덩이를 만들어 그 위에 지붕을 덮은, 선사 시대 반지하식 주택이다. 이 원시적인 가옥 중앙에는 불구덩이hearth가 있었다. 집 바닥에 불을 피워놓고 돌·진흙 따위를 둘러 구획을 만든 것이다. 지붕에는 연기 구멍을 만들어 연기를 빼냈다. 불구덩이는 난로이자 주방이었다. 추위를 물리치는 온기와 허기를 달래주는 따뜻한 음식, 어둠을 밝히는 빛까지 제공하는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다. hearth라는 단어는 현재까지 살아남아 난로와 가정생활 그 자체를 의미하는 단어 (보통 ‘hearth and home‘이라고 표현)가 됐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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