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p. ..하지만 지금 나는 삶을 즐기고 있다. 한 해 한 해를 맞을 때마다 나의 삶은 점점 즐거워질 것이다. 이렇게 삶을 즐기게 된 비결은 내가 가장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서 대부분은 손에 넣었고, 본질적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단념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어떤 것들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이 명확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욕심 따위는 단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삶을 즐기게 된 주된 비결은 자신에 대한 집착을 줄였다는 데 있다. 청교도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이, 나 또한 자신의 죄와 어리석음, 결점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랬으니 나 자신을 불행한 괴짜로 여겼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차차 자신과 자신의 결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법을 배워나갔다. 나는 외부의 대상들, 즉 세상 돌아가는 것, 여러 분야의 지식, 그리고 내가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 P-1
60p. ..선사 시대의 공룡들처럼 지성보다는 근력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지성과 감성을 배제하고 의지와 경쟁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현대판 공룡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이 현대판 공룡의 놀라운 성공 때문에 현대인들은 너도나도 이 공룡의 행동을 따라하고 있다.... - P-1
97p. ..사실 질투는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나 일종의 나쁜 버릇이다. 질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사물 사이의 관계를 통해 보려는 데서 생긴다.... - P-1
98p. ..나는 어린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여기게끔 키우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공작새들은 다른 공작새의 꼬리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공작새들은 저마다 자기 꼬리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믿을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공작새는 온순하다.... - P-1
100p. ..그러므로 현대는 특별히 질투가 만연해 있는 시대다. 가난한 사람은 부자를, 가난한 나라는 부유한 나라를, 여자는 남자를, 정숙한 여자는 정숙하지 않으면서도 처벌받지 않는 여자를 질투한다. 질투가 다른 계급과 민족, 다른 성(性) 간의 정의를 이룩하는 주요한 원동력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질투의 결과로 빚어진 정의는 자칫하면 최악의 것, 즉 불행한 사람들의 즐거움을 증가시키기보다 오히려 행복한 사람들의 즐거움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는 정의가 되기 쉽다. - P-1
109p. ..합리적인 도덕 원칙의 관점에서 보자면, 다른 사람이나 자기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행동은 칭찬받아야 할 일이다. 물론 이런 논리가 성립되려면, 그런 행동은 결코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행동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금욕주의를 제쳐두고 이야기한다면, 이상적인 도덕군자란 즐거움의 효과를 능가할 만한 나쁜 결과가 생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모든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다. - P-1
115p. ..설사 합리적인 도덕 원칙에 어긋나는 일을 한 사람이라고 해도, 죄의식을 느끼는 것은 삶의 방식을 개선한다는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죄의식 안에는 절망감과 자존심을 갉아먹는 감정이 존재한다. 자존심을 잃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좋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은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행동이 좋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거나, 그런 행동을 하게 될 만한 상황을 되도록 피해가는 데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 P-1
118~119p. ..인습적인 도덕 원칙은 지나치게 자아에 집중해왔다. 죄악의 개념은 자아에 어리석을 만큼 관심을 집중한 결과로 빚어진 산물 가운데 하나다. 이런 그릇된 도덕이 빚어낸 주관적인 기분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성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죄의식에 감염된 사람이 병을 완치하려면 이성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쩌면 이 병은 정신이 발전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일지도 모른다. 이성의 도움을 받아 이 병을 극복한 사람은 병에 걸려본 적도 없고, 치료한 적도 없는 사람에 비해 정신적으로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 이성에 대한 혐오가 흔히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성의 작용에 대한 이해가 철저하고 근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P-1
128p. ..자신의 동기를 의심해보는 것은 특히 자선가와 정치가에게 필요한 일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 세상 또는 이 세상의 일부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전망을 가지고 있고, 이 전망을 실현하면서 인류 전체 또는 그 일부에 은혜를 베풀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때로는 옳고, 때로는 옳지 못하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도, 저마다 자기가 바라는 세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견해를 가질 수 있는, 자신들과 똑같은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 - P-1
148p. ..물론 일부러 여론을 조롱하는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여론을 조롱한다는 것은 전도된 방식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여론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정말로 여론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그것은 하나의 힘이자, 행복의 원천이 된다. 지나치게 인습에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는 한결같이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는 사회보다 훨씬 더 재미 있는 사회다. 각자의 성격이 개성적으로 발전되는 사회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개성이 유지된다. 새로 만나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의 복사판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서 기쁨을 느낄수 있다. 이것은 귀족제도의 장점 중 하나였다. 태생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었던 귀족 제도는 괴팍스런 행동이 허용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 P-1
150~151p. ...그러나 이러한 불행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단 하나, 대중이 관대한 태도를 기르는 것뿐이다. 대중에게 관대한 태도를 기르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참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의 수를 늘려서, 그들이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데서 으뜸가는 즐거움을 찾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 P-1
159p. ..과학자의 삶에서는 행복의 모든 조건이 실현된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있고, 자신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눈에도 중요하게 보이는 업적을 달성한다. 과학자들의 업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그들의 업적은 중요하게 여긴다. 과학자가 예술가보다 행복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일반인들은 그림이나 시를 이해할 수 없으면 나쁜 그림, 나쁜 시라고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이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린다(사실이다). 결국 최고 실력의 화가들이 다락방 안에서 굶주리고 있는 동안 아인슈타인은 만인의 존경을 받는다. 화가들이 괴로워하고 있는 동안 아인슈타인은 행복을 누린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보이는 회의적인 태도에 맞서서 끊임없이 자기주장을 되새겨야 하는 생활을 하면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뜻을 같이하는 동아리 속에 파묻힌 채 냉혹한 바깥 세계를 잊고 사는 경향이 있다. - P-1
161~162p. ...최고의 학식을 갖춘 서구의 젊은이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냉소주의는 안락감과 무력감의 결합에서 생기는 것이다. 무력감은 사람들이 모든 일에 대해서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 안락감은 이런 생각을 할 때 느끼는 고통을 웬만큼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든다. - P-1
167p. ..우표 외에도 수집할 수 있는 물건은 얼마든지 있다. 옛 도자기, 담뱃갑, 로마의 동전, 활촉, 부싯돌 등 상상해보면 황홀한 세계가 얼마나 넓게 펼쳐져 있는가! 사실 우리 인간들 중에는 이렇게 작은 즐거움에 비해 너무나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누구나 어렸을 때 수집을 해본 경험이 있지만, 수집은 성인들에게는 더 이상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주는 일만 아니라면, 어떤 즐거움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 P-1
168p.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은 사랑의 일종이다. 인간에 대해서 따뜻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소유하기를 원하며, 언제나 명확한 반응이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랑과는 전혀 다르다. 이런 사랑은 불행의 원천이 되는 경우가 많다. 행복을 가져오는 사랑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개인들의 특성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랑이며, 만나는 사람들을 지배하려고 하거나 열광적인 찬사를 받아내려고 하는 대신 그들의 관심과 기쁨의 폭을 넓혀주려고 하는 사랑이다. 이런 태도로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원천이 될 것이며, 그 대가로 친절을 되돌려받을 것이다. - P-1
171p. ..행복의 비결은 되도록 폭넓은 관심을 가지는 것, 그리고 관심을 끄는 사물이나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따뜻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 P-1
176p. ...무수히 많은 사건들은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때에만 비로소 경험이 된다. 우리는 관심을 끌지 못하는 사건들을 가지고는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다. 관심이 내면으로 쏠려 있는 사람은 자신의 관심에 값할 만한 것을 찾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관심이 외부로 향하고 있는 사람은 어쩌다가 한 번씩 자신의 영혼으로 눈을 돌릴 때면, 자신의 내면이 대단히 다채롭고 재미 있는 종류의 원료들을 분류하고 재결합하여, 아름다운 혹은 발전적인 조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P-1
185p. ..우리의 삶에는 반드시 자유가 필요하다. 문명화된 사회 속에서 열정을 잃게 되는 주된 원인은 바로 자유에 대한 제한이다. 미개인들은 배가 고프면 사냥을 한다. 이런 모습은 직접적인 충동에 순종하는 것이다. 아침마다 일정한 시간에 일하러 나서는 사람들도 근본적으로는 같은 충동에 의해서 움직인다. 생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의 경우, 충동은 충동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에는 직접적으로 행사되지 않고, 이론이나 신념, 결단을 거쳐서 간접적으로 행사된다. 막 출근길에 나선 사람은 방금 아침을 먹었기 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다. 그러나 그는 배가 고파질 것을 알고 있고, 직장에 나가는 것은 앞으로 맞게 될 허기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 P-1
199p. ..사랑을 중요시하지 않는 야망은 대개 인류에 대한 분노 또는 증오가 빚어낸 산물이다. 이러한 분노와 증오는 어려서 겪은 불행, 어른이 되어서 겪은 불의, 또는 피해망상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원인에서 비롯한다. 세상을 완전히 즐기려는 사람은 지나치게 강한 자아라는 이름의 감옥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아의 감옥에서 벗어난 사람이 가진 특징 중에는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포함된다. 사랑은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받는 사랑은 마땅히 베풀어야 할 사랑을 해방시켜야 한다. 이 두 종류의 사랑이 비슷한 수준으로 존재할 때 사랑은 그 최대의 가능성을 달성할 수 있다. - P-1
200p. ...여러 종류의 신중함 가운데 진정한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치명적인 것은 사랑에 대한 신중한 태도일 것이다. - P-1
213p. ..젊음이 지나간 뒤에는 더욱 그렇겠지만, 이 세상에서의 삶을 행복하게 영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은 곧 인생의 막을 내릴 고립된 개체가 아니라, 최초의 세포로부터 멀고 먼 미지의 미래로 이어지는 생명의 흐름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이다. 관습적인 표현을 빌린 의식적인 생각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런 마음가짐은 초문명적이며 지적인 세계관이지만, 막연한 본능적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원시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초문명적인 세계관에는 이런 본능적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 미래에 확고한 흔적을 남길 만큼 위대하고 뛰어난 업적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일을 통해서 이러한 감정을 만족시킬 수 있지만, 특별한 재능을 갖지 못한 남녀의 경우에는 자녀를 통해서만 이러한 감정을 충족시킬 수 있다. - P-1
229~230p. ..물론 파괴는 다음에 이어질 건설의 준비과정으로서 꼭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 파괴는 건설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건설과는 전혀 무관하게 파괴만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을 것이다. 흔히 이런 사람들은 새로운 건설을 위해 파괴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믿으면서, 자신이 하는 활동의 파괴성에 대해서 눈을 감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파괴한 뒤에 무엇이 건설되느냐고 추궁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혀낼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새로 건설될 것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로 모호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파괴적인 준비 과정에 대해서만 열띤 태도로 분명하게 이야기할 것이다. - P-1
240p. ..우리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짧은 일생 동안, 이 이상한 행성과 이 행성이 우주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습득해야 한다. 비록 불완전한 지식이더라도, 그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무시하는 것은, 극장에 가서 연극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과 같다. 세상은 비극적이거나 희극적인 것, 영웅적이거나 기괴하고 놀라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이 보여주는 이러한 구경거리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사람은 삶이 베푸는 여러 특권 중의 하나를 포기하는셈이다. - P-1
254p. ..체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절망에 근원을 둔 체념이고, 다른 하나는 정복할 수 없는 희망에 근원을 둔 체념이다. 전자는 나쁜 것이고, 후자는 좋은 것이다. 중요한 일에 실패해 원대한 성공에 대한 희망을 포기해버린 사람은 절망적 체념을 몸에 익히기 쉽다. 절망적 체념을 몸에 익힌 사람은 진지한 활동이라면 뭐든지 단념할 것이다. 그는 종교적인 관용구나 명상이야말로 인간의 참된 목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절망감을 감추기도 한다. 하지만 내면의 좌절을 숨기기 위해서 어떤 위장을 한다고 해도 이런 사람은 본질적으로 쓸모없는 인간, 철저히 불행한 인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정복할 수 없는 희망 때문에 체념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한다. 정복할 수 없는 희망은 개인적 관심의 범위를 벗어난 원대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든지 간에 죽음이나 질병 앞에 무릎을 꿇거나, 적에게 정복당하거나 성공에 도달할 수 없는 어리석은 길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희망이 꺾이는 일이 수천 번 되풀이된다고 할지라도, 만일 그 개인적인 목적이 인류를 위한 보다 원대한 희망의 일부인 경우에는 아무리 실패를 거듭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절망감에 빠지지는 않는다. - P-1
257p. ..심각하지 않은 불행이 닥쳤을 때, 기상천외한 비유와 절묘한 비교를 동원해서 위안을 찾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문명인은 누구나 마음속에 자화상을 가지고 있고, 그 자화상을 더럽힌다고 생각할 만한 일이 일어나면 속이 상할 것이다. 이런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자화상을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자화상으로 가득 찬 화랑을 통째로 가지고 있다가 문제 상황에 맞는 그림을 하나 골라내는 것이다. 그 화랑에 우스꽝스러운 작품을 몇 점쯤 걸어두면 더 좋다. 굉장한 비극의 주인공으로 그려진 자화상을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매일 희극에 등장하는 광대 모습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게 하다가는 짜증이 더 솟구치게 될 테니까 말이다. - P-1
258p. ..어떤 종류의 체념은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직시하는 용기와 관련되어 있다. 이런 종류의 체념은 비록 처음에는 고통스러울지 모르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자신을 기만하는 사람이 흔히 빠져들기 쉬운 절망과 환멸로부터 이 사람을 보호해준다. 날이 갈수록 믿을 수 없어지는 사실을 믿으려고 쉬지 않고 노력하는 것만큼 사람을 지치게 하고 부아를 돋우는 일은 없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행복을 누리기 위한 필수조건의 하나다. - P-1
266p. ..모든 불행은 의식이 분열되거나 통합을 이루지 못한 데서 생긴다.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자아 내부에 분열이 생기고, 객관적인 관심과 사랑의 힘에 의해 자아와 사회가 결합되어 있지 않으면 자아와 사회는 통합될 수 없다. 행복한 사람은 자아의 내적인 통합이나 자아와 사회가 이루는 통합의 실패로 고통 받지 않는 사람이다. 행복한 사람의 인격은 분열되어 있지 않으며, 세상에 대항하여 맞서고 있지도 않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한 성원임을 자각하고, 우주가 베푸는 아름다운 광경과 기쁨을 누린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뒤를 이어 태어나는 사람들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죽음을 생각할 때도 괴로워하지 않는다. 마음속 깊은 곳의 본능을 좇아서 강물처럼 흘러가는 삶에 충분히 몸을 맡길 때, 우리는 가장 큰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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