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을 하면 이런 순간이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단, 조건이 있다. 한꺼번에 두 가지 감각이 만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시야가 확 트인 장소에서 낯선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이전 학교보다 짧아진 교복 위로 드러난 허벅지가 선득하게 느껴진다거나 하는 순간 말이다. 두 눈에 담긴 새로운 세상의 모습, 그리고 몸으로 느껴지는 작은 변화. 그 두 가지가 만족되고 나서야 가즈히로는 자신의 삶에 일어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 P-1

..연대가 바뀌면 힘의 구성도 달라진다. 자신이 가진 요소들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면, 다시 새롭게 갱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변함없다’는 말은 곧 ‘어리다’는 뜻이다.... - P-1

...집중력의 섬들은 의식의 바다 위에 존재하는 것이라서 그 섬에 매달려 있는 시간 외에는 둥둥 떠다니게 된다.... - P-1

..유게는 그 섬에 들르고 살기도 하며 노인의 모습을 계속 영상에 담았다. 그러다 보니 이름이 필요해졌다. 단둘뿐인 공간에서는 가장 먼저 이름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순서대로 하나씩 사라져갔다. 돈, 세상 물정, 상식. - P-1

.."말이 자꾸 바뀌는 게 기분 나쁜 게 아니었어. 어느 날 맞서 싸울 상대를 멋대로 골라서는 실은 오래전부터 증오해왔다고 말하는 거. 증오조차 급조한 듯한 그 느낌이 기분 나빴던 거였어." - P-1

..이 사람, 무인도에 가서 생명의 고귀함을 깨달았다고 하지만 사실은 달라요. 생명의 고귀함을 깨달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무인도에 갔던 것뿐이에요. 순서가 거꾸로예요. - P-1

...그 소리를 들으면 무력을 써서라도 위협적인 인간을 인생에서 밀어내고 싶어진다. 하지만 누구나 서로 연결되어 그들과 끝을 맺고 있다. 멀리하고 싶은 존재를 밀어낸다 해도 그 존재를 낳은 배경은 남아 있게 된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상대를 밀어내봤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시 새로운 상대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도 누군가에겐 아무리 애를 써도 밀어낼 수 없는 존재인지 모른다. 추락할 것만 같은 순간에도 그 거대한 연결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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