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p.
..겨울 지하철은 혼자 타는 사람을 더욱 혼자로 만든다. 그렇게 좁은 장소에 많은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는데 체감으로는 전혀 따뜻하지 않다. - P-1

19p.
...슈퍼에 들어가 볶음밥 재료와 삼겹살과 낫토와 우유를 샀다. 어느 물건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나는 별과 별을 잇듯이 슈퍼 안을 바삐 움직였다. 내가 걸어간 곳을 선으로 이으면 ‘자취 생활‘이라는 별자리가 완성될 것 같다.... - P-1

35p.
..소용돌이 같은 문자 한복판에서 환하게 웃는 고타로의 초상화가 천장의 전등에 반사되어 순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이런 건 공감할 수 있는 사람끼리의 영역 안에서 폭발시켜야 하는 거구나,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면 이렇게 빛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상상력이 없는 사람은 이내 이것을 기회라 생각하고 밖으로 발신한다. 나는 이렇게 애써 왔다고, 나는 이렇게 사랑받고 있다고 알리기 위해 추억을 밖으로 발신한다.
..고타로의 좋은 점은 상상력이 있다는 점이다. 분명 동아리 뒤풀이는 최고로 즐거웠을 테고, 이 롤링페이퍼도 몹시 기뻤을 것이다. 청춘 시절의 모든 것을 응축한 듯한 사진도 많이 찍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무턱대고 발신하지 않는다. 발신하더라도 그 감정에 공명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한다. 이를테면 메일이나 라인으로.
..고타로는 그 사안에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최고의 동료!‘라든가 ‘다들 사랑해요, 고마워요!‘라는 글을 볼 때, 순식간에 마음이 식어 가는 것을 제대로 상상할 줄 안다. - P-1

59~60p.
..긴지는 지금 아무한테도 전하지 않아도 될 단계의 일을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말을 모아 온 세상에 전하려 하고 있다. 자신밖에 할 수 없는 표현. 무대는 무한. 달콤한 꿀로 코팅한 듯한 말을 구사하여 타인에게 이상적인 자신을 상상하게 하려고 한다.
..상상.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상상력을 요구한다. 남과는 다른 자신을 누군가에게 상상하게 하고 싶어 한다. - P-1

69p.
..개인 이야기를 큰 이야기로 바꾸면 아무도 뭐라고 말할 수 없게 된다. 취업 이야기를 하는가 했더니, 어느새 이 나라의 구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 큰 주제에 정면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우위성을 확인하는 거라면 다카요시의 입지는 꽤나 위태롭겠구나, 생각했다. - P-1

127p.
..전철을 타고 있으면 도쿄는 생각보다 얌전한 도시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시골 마을을 떠나 동경하던 도쿄에 왔다고 해도, 도쿄조차 마을과 마을이 이어져서 생긴 장소구나, 하는 걸 깨달을 수 있다. - P-1

178p.
..더더, 연기를 빨아 보았다. 더더더 감추지 않으면 무언가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줄곧 깊은 곳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꺼내 보면 뜻밖에 얕은 곳에 뒹굴고 있는 듯한 무언가가. - P-1

230~231p.
.."10점이어도 20점이어도 좋으니 네 속에서 꺼내. 네 속에서 꺼내지 않으면 점수조차 받을 수 없으니까. 앞으로 지향하는 바를 멋진 말로 어필할 게 아니라,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모두에게 보여 줘. 너와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누군가의 시선 끝에 네 속의 것을 꺼내 놓아 봐. 몇 번이나 말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제 우리를 봐 주지 않아. 100점이 될 때까지 무언가를 숙성시켰다가 표현한들 너를 너와 똑같이 보는 사람은 이제 없다니까."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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