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저녁부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비는 그녀의 생애에 밀어닥친 최초의 큰 슬픔이었다. - P-1
..그녀는 땅에 씨앗을 뿌리듯, 사방에 추억을, 그 뿌리가 죽을 때까지 뻗을 그런 추억을 흩뿌렸다. 마치 골짜기 굽이마다 자기 마음을 조금씩 던져 놓는 것 같았다. - P-1
..우연한 사정으로 같은 부류 사람들에게 권한을 행사하도록 부름을 받은 더없이 평범한 사람들이 인간의 마음을 다루다 보면 획득하게 되는 무의식적인 교활함 덕분에 사제는 남들의 환심을 살 줄 알았다. - P-1
..그녀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는 전혀 없었다. 자기 근친들에게조차도 말하자면 탐사되지 않은 미지의 존재같이 머물렀으며, 죽는다 하더라도 집 안에 구멍이나 빈자리가 생길 것 같지 않은 존재, 주위 사람들의 생활이나 습관이나 애정에 끼어들 수 없는 그런 존재들 가운데 하나였다. - P-1
..그동안 먼 고장에 대한 그녀의 그리움도 차츰 약해졌다. 어떤 물이 침전되어 석회층을 형성하는 것처럼 습관이 그녀 삶에 체념의 층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일상생활의 오만 가지 자질구레한 것들에 대한 일종의 관심이, 단순하고 시시한 규칙적인 일들에 대한 근심이 그녀의 마음속에 다시 생겨났다. 일종의 명상적인 우수(憂愁)가, 산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환멸이 그녀의 마음속에 퍼져 나갔다. 그녀에게는 무엇이 필요했던가? 그녀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알 수 없었다. 어떤 사교적 욕구도 그녀를 사로잡지 않았다. 쾌락에 대한 어떤 갈구도, 있을 수 있는 기쁨을 향한 어떤 충동조차도 없었다. 도대체 어떤 기쁨이 있단 말인가? 세월에 빛이 바랜 낡은 거실 의자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보기에 모든 것이 서서히 퇴색하고, 소멸하며, 희미하고 암울한 색조를 띠어 가는 것이었다. - P-1
..그러나 모든 가구가 천에 싸인 채 쓰이지 않는 넓은 거실의 검게 변한 높은 천장 아래 옹크리고 앉은, 그렇게도 작고, 그렇게도 깨끗하고, 그렇게도 단정한 남녀가 잔느에게는 귀족 계급의 통조림처럼 보였다. - P-1
...사람은 때때로 죽은 이들을 슬퍼하는 것만큼 환상에 대해서도 슬픔의 눈물을 흘리게 마련이다. - P-1
..그리고 그녀는 아마도 자기 자신의 생각에 화답하는 것처럼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좋은 것도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닙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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