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p.
..하지만 사형 제도의 쇠퇴와 시기를 같이 하여 세계 각국에서 흉악 범죄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 역시 사실이었다. 흉악 범죄가 늘어난 배경은 걷잡을 수 없는 환경 파괴와 수그러들 낌새가 없는 인구 증가세에서 발단된 지구 멸망론이 유포된 탓으로, 사형 제도와는 무관하다고 단언하는 지식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민중은 고삐를 지나치게 느슨하게 한 탓에 말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라 느끼기 시작했다. - P83

286p.
..육체는 시간을 거스를 수 없지만, 과거를 돌이켜볼 수는 있다. 머릿속에서는 시간을 역행할 수 있다. - P286

286p.
..밀실A 내부에 밀실B가 있다고 치자. 이 경우 밀실A에서는 밀실B의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한다. 요컨대 외부와 다름이 없다. 제리미스탄 종말감옥 자체가 거대한 우리라 할 수 있었다. 철창살 너머로 감옥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감옥 밖에 있다고 할수 있다.
..실제로 현재 내게는 감옥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독방에서는 노동의 의무가 없다. 노동이 면제되는 대신 사흘 후에 나는 처형된다. - P286

343~344p.
..인간의 뇌는 어떨까.
..뇌 속에는 동결된 시간이 잔뜩 비축되어 있다. 뇌가 없으면 시간은 비축될 수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뇌는 타임캡슐과 같다.
..동시에 시간이란 것은 뇌가 만들어낸 환상이기도 하다. 뇌가 없으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뇌는 모래시계와 같다. - P343

357p.
..한 알 한 알의 모래에는 막대한 역사가 있다. 지구의 성립부터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막대한 역사가.
..과거에는 땅속을 흐르는 작열의 마그마였던 적도 있었으리라. 지상으로 나와 식고 굳어서 딱딱한 암반이 된 적도 있을 것이다. 물과 열과 바람의 힘으로 침식되고 분쇄되고 풍화되어 형태를 바꾸어 왔을 것이다.
..한 알 한 알의 모래에는 막대한 역사가 있다.
..내가 살아온 30년의 인생은 모래 한 알의 역사에 비하면 헛웃음이 날 정도로 짧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죽음의 공포가 아주 조금 완화되었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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