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p.
..상식이라는 것을 경멸하는 예술가가 많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개성적인 작가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나는 ‘위대한 상식‘만큼 훌륭한 예술은 없다고 믿는다. 상식에 맹목적으로 따르자는 말은 아니다. 단지 보편적인 인간성을 나타내는 기준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24p.
..세상에는 들어야 될 말도 많고, 봐야 될 것들도 많다. 하지만 나를 앞장세우는 순간, 세상은 더 이상 나에게 말 걸어주지 않는다. 겸손한 인간에게 세상은 자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을 가르쳐준다. 겸손만으로 귀중한 지식, 즉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 가르침이 우리를 성숙으로 이끌어줌은 말할 나위가 없다.

29p.
...평온한 인생은 신중해서가 아니라 소심했기 때문에 주어진다....

39p.
..세상이 나를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다. 우리는 서로 평가할 수 없다. 그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비로소 성숙해진다. 자기 안에서 인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급 주택에 사는 사람을 부자라 부르지 않게 되고, 유명인을 위인이라 착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상대가 나를 이해해야 한다고 확신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40p.
...내가 사람들 마음속에 깃든 불순을 용서할 수 있게 된 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어떤 존재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59~60p.
..사람은 자기가 병에 걸렸다고 남들에게 호소하기를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질병은 쉽게 말해 ‘사소설‘이다. 사소설은 누구든지 쓸 수 있다. 자신이 소재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고생한 이야기, 새 집을 짓기까지 고생한 이야기, 남자에게 배신당한 이야기, 사기당해 억울하다는 이야기, 등산 이야기, 손자가 태어난 이야기는 약간의 각색만 거치면 소설이 된다. 하지만 타인을 감동시키지는 못한다. 사람의 일생은 드라마다. 남의 드라마를 보고 감동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117~118p.
..단념하는 것도 인생에 필요한 성숙이다.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이다. 그리고 단념은 결국 자각이다. 누가 너 포기했구나, 말해주는 것은 필요 없다. 나 스스로 내가 단념했음을 인정하게 될 뿐이다. 나름대로 생각하고, 노력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했지만 여기가 한계였다고 나 자신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먼 훗날 삶의 마지막 시간에 지나온 생애를 뒤돌아봤을 때 그 일이 후회스런 감정으로 남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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