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p.
...그들은 뺨을 타고 흐르는 땀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쓰코가 일부러 수수하게 맞춘 흰 여름 슈트 입은 모습을, 유리판에 코를 박고 이미 팔려 버린 반짝이는 서양 공기총을 구경하는 악동의 눈빛으로 빤히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껏 어떤 남자도 코에 부딪히는 유리판을 의식하지 않고 나쓰코를 볼 수는 없었다.

27p.
...더는 멋진 일 같은 거, 일어나지 않아. 그런 확신이 드는 날이 나쓰코에게는 가장 멋진 아침처럼 느껴졌다.

224p.
...구로카와 씨의 신념은 이러했다. 사냥할 대상의 동물 안에 그 어떤 ‘마음‘을 품는 일, 그것은 마음이 마음을 노리는 일이며, 인간끼리의 살상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241p.
..나쓰코는 그 긴 키스 동안 한쪽 눈을 살짝 떠 머리 위의 별하늘을 보았다. 별이 눈 속으로 떨어져 내릴 것만 같다. 그 뜨거운 물방울이 입속으로 흘러드는 것만 같다. 큰곰자리가 보이고 작은곰자리가 보였다. 어미 곰과 새끼 곰의 광택 나는 검은 털은 검은 밤하늘에 섞여 들어, 인간의 눈에 비치는 건 그저 발톱과 어금니의 찬란한 반짝임에 불과하다.

315p. (해설)
...무라카미 하루키는 버클리대학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주인공이 무언가를 찾아 나서고, 그걸 찾는 동안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에 휘말리고, 그리고 마침내 그것을 찾아내었을 때 무언가가 이미 손상을 입고 상실되는 구조를 사용하여 《양을 쫓는 모험》이라는 소설을 썼다."고 밝혔는데, 《나쓰코의 모험》 끝부분에서 나쓰코가 그토록 갈망하던 청년의 정열도 완전히 손상을 입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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