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p.
..새로운 방에 ‘정말 좋아하는 물건‘만 채우면서 나는 비로소 내 집에 대해 ‘여기가 바로 내가 살 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43~44p.
..이런 상자나 캔처럼 자질구레한 물건을 보고 있으면, 제일 마지막에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은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물건이나 비싼 물건이 아니라 어쩌면 잡동사니에 가까운 것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54p.
..그때까지 ‘나는 접점이 없는 세계‘인 줄 알았던 세계가 알고 보니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이런 순간이 가장 설렌다.

117p.
..오감을 충족시키는 것은 어떨까.
..좋은 향이나, 좋은 감촉이나, 좋은 음악. 그런 것과 접촉하면 행복하다고 느낀다. 창문을 열면 그 계절의 바람이 불고 커튼을 젖히면 햇볕이 따듯하다. 깜박하고 안 뿌리지만 좋아하는 향수도 있고, 향이 마음에 드는 화장품도 갖고 있다.
..느끼고자 하면 행복이 손에 닿는 곳에 있는데 그걸 느끼지 못한다. 그것이 나를 실망하게 하는 ‘성실하지 못해 빈곤한 생활‘의 본질인 것 같다.

130p.
..무언가를 할 때, 우리는 죽음에 끌려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167p.
..활기가 샘솟을 때는 그냥 쉬었을 때가 아니라 즐거운 일을 했을 때다. ‘즐거움‘이라는 말을 들으면 환한 미소가 떠오르는데, 내게 ‘즐거움‘은 꼭 웃음의 이미지만이 아니다. 영화를 보고 감동해서 울거나, 친구와 평소에 하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공연에 몰입해서 몇 시간 동안 현실을 떠나 새로운 세계에 푹 잠기는 일이다.
..사람에 따라 ‘즐거움‘의 종류는 다양하겠지만, 무언가에 열중하거나 감동하면 내일부터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이 아니라 앞으로 오래 이어질지 모르는 인생을 열심히 살겠다는 의욕이 생긴다. 그런 날이 최고의 휴일이다.

183p.
..할머니의 쇼핑 방식은 나와 비슷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를 상징하는 것은 밑져야 본전의 마음으로 열심히 사 모은다. 통일성은 없다. 동경하는 상징물을 사면서 자신 안에 이런 것을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고 인식하는 작업에 가깝다.
..물건을 손에 넣으면 비로소 그게 어떤 욕망이었는지 형태가 보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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