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p.
..어느 연배의 남자는 나에게 집을 짓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마당에 나무를 심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그 나무가 성장하는 것을 매일 보면서 그곳이 틀림없이 자신의 땅이고 집이라는 자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61p.
..."문학 그 자체가 아니라 문학 주변에 감도는 놀이 분위기나 축제 분위기가 좋아서, 혹은 수입이 안정된 직장에 다닌다는 생각에 안주하면서 나부랭이 글과 함께 문학 놀이에 빠지고 싶어 하는 그런 녀석하고는 일하고 싶지 않아." 그 말은 오랫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기 때문에 하고 나서도 후회는 없고, 내 마음의 소각로가 갑자기 확 타오르는 것을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날 밤은 평소와 달리 푹 잤다.

69p.
...가장 큰 수확은 끊기 힘든 것을 끊었다는 자신감이 아닐까 한다. 의존할 것이 한 가지 줄어, 그 몫만큼 얽매이지 않는 쪽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71p.
...나는 "응. 분명히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 하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 먹거나 마시거나 피우거나 하지 않으면 살아 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 그런 건 달리 할 일이 없는 사람이나 하는 말이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비꼬는 투로 "고집이 세네요"라고 했다. "세진 거지." 나는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업을 몇 십 년에 걸쳐 계속할 수가 없어."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났다. 흡연자를 볼 때 나는 득의의 웃음을 짓고, 마구 먹어대는 사람을 볼 때 또 한 번 빙긋이 웃는다.

96~97p.
..이 정도로 밝고 느긋한 새가 일단 울기 시작하면 듣던 사람은 이내 한없는 외로움과 허무함에 젖어든다. 그리고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온몸의 기운이 거의 다 빠지고 마는 것이다. 방금 전까지는 그토록 힘이 넘쳤는데, 지금은 피리새 울음소리에 완전히 정복당해 있다. 한 시간 전까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 의문을 품기는커녕 근처에 핀 잡초보다 끈질기게 이 세상에 들러붙어 있었음에도, 고작 들새 한 마리의 울음소리에 휘둘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든다. 만약 심각한 고민을 안고 있을 때 듣는다면, 어지간히 마음이 꿋꿋한 사람이라도 죽음의 방향으로 확 끌려가지 않을까. 나는 지금까지 몇 편의 소설에 이 피리새를 등장시키고 있다.

106p.
..잡혀도, 잡히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도도한 의견에는 승복하기 힘들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일이야말로 낚시꾼의 미학이라는 생각에는 아무래도 나르시시즘의 냄새가 느껴져 좋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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