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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옛 마을에는 서원이 있고, 산속엔 절집이 있다. 절집은 아무리 허름해도 온정이 느껴지는데 서원은 아무리 번듯해도 황량감과 황폐감만 감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사실, 사람이 살고 안 살고의 차이이다. 선암서원 대문이 열려 있을 때 촌로들이 거기에 와서 나무토막을 베고 누워 정담을 나눌 때는 지나가다가도 들러보고 싶은 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문 열고 들어가라고 해도 무서운 집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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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솔밭은 우리나라에서 첫째는 아닐지 몰라도 둘째는 갈 장관 중의 장관이다. 서산 안면도의 해송밭, 경주 남산 삼릉계의 송림, 풍기 소수서원의 진입로 솔밭, 봉화군 춘양의 춘양목…… 내 아직 백두산의 홍송을 보지 못하여 그 상좌를 남겨놓았지만 남한 땅에 이만한 솔밭은 드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