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p. «12번 트랙» ..맥스티드는 이제 거의 수평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사라져 가는 자아는 사방에서 몰아치는 파도에 부식되어 거의 모습을 감춘 작은 섬일 뿐이었다.
99p. «세마외르» ..죽음 앞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노련한 배우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저 노련한 배우가 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251p. «교회의 승인 없이» ...인간의 영혼은 아주 외로운 것이어서, 아주 멀리 떠날 준비가 되었을 때에는 안개 같은 경계지에 그 자신을 감추기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은 그곳까지 따라갈 수가 없다....
364p. «마지막 말» "...어떤 면에서 믿음이란 노년과도 같습니다. 영원히 지속될 수 없으니까요. 공산주의는 노화되어 사망했고, 제국주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405p. «사자의 잘난 척» ..이 사자들은 죽은 다음 바로 화장되는 사자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조에 떠 있는 사자들은 완전한 ‘물체‘로서의 긴밀성, 독립성을 가지고 있었다. 죽고 난 다음 바로 화장된 시체는 이토록 완벽한 ‘물체‘가 되어 보지 못하는 거다. 그것은 의식과 물체의 애매한 중간 상태를 천천히 움직이던 중에 급하게 화장되어 버린 것이다. 거기에는 완전하게 물체화될 시간이 없다. 나는 수조를 채우고 있는, 그 위험한 추이를 완주한 ‘물체‘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것들은 확실하고 견고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바닥이나 수조, 혹은 천창처럼 단단하게 안정된 ‘물체‘라는 생각이 들어 약간의 전율 비슷한 감동이 짜릿하게 느껴졌다.
441p. «사자의 잘난 척» ..여학생이 몸을 비틀며 작은 소리로 웃자 웃음소리는 작고 긴 방의 벽에 부딪혀 짧은 반향을 일으켰다. 나도 웃었지만 웃음은 목구멍 근처에서 눌어붙어 소리가 되지는 못했다. 나는 여학생 몸에서 흘러내린 담요를 고쳐 덮어 주었다. 여학생의 몸은 내 팔 안에서 꿈틀꿈틀 경련을 일으켰다. 웃음이 여학생의 피부 아래서 숨죽이고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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