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말하는 겁니다, 마드무아젤. 죽음은 불행히도 편견을 낳지요. 이미 죽은 자에게 유리한 편견 말입니다. 지금 막 아가씨가 제 친구 헤이스팅스에게 한 말을 들었습니다. ‘남자친구 하나 없는 착하고 밝은 아이였다’라는 이야기 말입니다. 당신은 신문 기사를 흉내 내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젊은 여자가 죽으면 으레 그런 식의 말이 나옵니다. 그녀는 밝고 행복하고 친절하고 걱정거리나 불건전한 인간관계 같은 건 전혀 없었다고 말입니다. 우린 죽은 자에게는 언제나 몹시 관대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지금 같은 때에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아십니까? 엘리자베스 바너드를 알고 있으면서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야 하는 겁니다. 그러면 아마도 도움이 되는 말, 곧 진실을 들을 수 있겠지요."
.."자네 말이 맞고말고, 친구. 이제까지는 줄곧 ‘내부’로부터 수사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었네. 중요한 것은 희생자의 개인사였단 말일세. 중요한 쟁점은, ‘그 죽음으로 누가 이익을 보는가? 피해자 주변에서 범죄를 저지를 만한 기회는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이었네. 언제나 ‘사적인 범죄’였지.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함께 일한 후 최초로 냉혹한 범죄, 특정 개인과 상관이 없는 살인이 등장한 걸세. ‘외부’로부터의 살인 말일세."
"...헤이스팅스, 뭔가 숨겨야 할 것이 있는 사람에게 대화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네! 언젠가 어떤 현명한 프랑스 노인이 내게 말해 주길, 숨기는 것을 내놓게 하는데 오래 얘기하게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는 거야. 인간이란 말일세, 헤이스팅스, 대화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개성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뿌리치지 못하는 존재라네. 그럴 때마다 사람은 스스로를 드러내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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