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p.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믿지 않았겠지만, 절제된 표현을 쓰는 데 후아보다 더 큰 재능을 가진 사람은 본 적이 없다. 후아가 전염병이 돈다고 말했다면, 그것은 실로 가공할 위력의 전염병이라는 뜻이다. 지반은 이게 시작이라는 갑작스러운 확신이 들었다. 후아가 말한 이 질병이 그의 생애를 전과 후로 나누는 분수령이 될 거라는 확신이었다.
100p. .."아름다웠지." 그가 말한다. "지금도 아름답고." 그러고는 화제를 바꾼다. 그다음 부분은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 아름다웠어. 내가 이제까지 본 곳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지. 아름답고, 밀실공포증을 느끼게 해. 사랑했지만 항상 탈출하고 싶었지.
122~123p. ...그녀는 자신을 울게 할 함정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누가 한 푼만 달라고 하는데 주지 않을 때마다 자신이 조금씩 죽어간다는 것을, 그건 자신이 이 세상에서 혹은 이 도시에서 살아가기에는 너무 연약한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곳에서 그녀는 한없이 작아진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녀는 확신하는 것이 거의 없는 사람이지만, 부도덕한 사람만이 상황이 안 좋을 때 떠난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다.
182p. ...커스틴은 이마를 창문에 딱 대고 어둠 속에 빛이 점점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빛의 바다를, 서로 연결되어 있거나 홀로 떨어져 있는 아름다운 빛의 성단을 바라보았다. 그 광경에서 아름다움과 외로움을 느꼈던 것과, 저기 저 빛 속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궁금해했던 것과, 하나의 현관 등이 하나의 집을, 또는 하나의 가족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311~312p. ...그는 매점에서 얼 그레이를 한 잔 사서 천천히 우유를 부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채 홍차에 우유를 섞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 되겠지 하고 생각하며, 클라크는 지금 이 순간을 미리 그리워했다.
445p. ...그는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후회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빛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들처럼 후회할 일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이, 후회의 총량이 스물한 살과 쉰한 살의 주된 차이점이라고 그는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