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3p.
..생활은 나를 돌보는 자리가 분명했지만, 동시에 내게서 사라져가거나 무너지는 것도 공평하게 볼 수 있는 전망대이기도 했다. 이 작고 낮은 전망대에 올라서 혼자서 흔들리고 혼자서 균형을 잡았다. 중간은 없고, 언제나 모자라거나 넘치는 저울질 위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제는 물건을 사려고 할 때 헛헛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는지 금세 눈치를 챌 수 있다. 물건이 집에 도착하고 그것을 내가 어떻게 다루는지 상상해본다. 잠깐 기뻤다가 또다시 새로운 것에 밀려나 잊게 되는 상상을 하면, 관심을 다른데로 돌리며 순간을 모면하곤 한다.

51p.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희미해져 갈 때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내가 많이 묻어나는 것들, 내 시간의 범주 안에서 빈티지가 되어가는 것들.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너무 많은 새것들 혹은 새로운 것들만 남겨진다면 익숙함에 기대어 서 있을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새로움이 주는그 잠깐의 기쁨 대신에 고리타분한 내 것을 더 고쳐주고 돌보며 내게서 지속되는 오래된 마음과 닮은 것들을 갖기로 결심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