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명확한 대답은 없다. 적어도 나는 잘 모른다. 20세기에 탄생한 독자적인, 반지성적이며 본능적인 정치체계라고 풀이해 봤자 결국 그것은 아무것도 뜻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굳이 말하자면 파시즘이란 바로 ‘통일되어 있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애당초 파시즘의 프랑스어 어원인 ‘faisceau’는 ‘몇 개의 총부리를 다발로 묶어서 세우는 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갖다 붙이자면 이 ‘수박씨의 줄’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생리적으로나 본능적으로나 저항감을 느끼게 하는 이 섬뜩함은 파시즘이 갖는 공포와 닮지 않았을까? 생각해, 생각해.
..대중이 움직이는 때라는 것은 모두가 미리 약속하고 움직이는 때가 아닌 법이다. 저마다가 저마다의 판단으로 발을 내디뎠는데, 그게 어쩌다 보니 커다란 움직임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 식이 아닐까? 무심코 한 동작이 파도를 일으키고 격류를 만들어 낸다. 유능한 선동가란 그렇게 본인들도 깨닫지 못하는 흐름과 조수를, 그리고 세상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에 능란한 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