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p.
..그 도시에서 살아온 동안 심장을 도려낸 듯이 가슴에 뻥 뚫린 구멍, 이미 그 구멍은 메울 수 없었고 메우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더욱 공허에 가까워지고 싶다.
..그녀의 소원은 살아있으면서 바람 같은 무無의 상태가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유랑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쿨리아칸을 떠났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알지 못하는 땅에서 아무도 아닌 자가 된다. 멕시코도, 페루도, 아르헨티나도 아닌, 아메리카 대륙 바깥, 아득하게 먼 동양의 섬나라에서라면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막보다도 넓은 바다의 끝까지 간다면.

109p.
..아스테카의 신화, 복잡한 미궁처럼 뒤얽혀 있으며 한 신이 다른 신으로 변신하여 혼자서 몇 가지 역할을 해내는, 백인의 사고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 그 신화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단순한 선악의 대립이나 신들의 계보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꿈의 지층, 혼돈으로 가득한 속에서 엿보이는 인간을 초월한 무한의 법칙, 인간을 뒤흔드는 불가사의한 힘, 그것은 ‘움직임(올린)‘이고 지진과 같은 힘이며 신화는 인간에게 파괴와 회복을 가져다준다.

113~114p.
..새로운 52년의 시작을 축하하는 사람들은 신관과 노예의 모습을 발견하자 엄숙하게 신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의 노예, 밤과 바람, 양쪽의 적. 모두 같은 신을 가리키는 이름이었다.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며 모든 어둠을 비추며 지배하는, 테스카틀리포카(연기를 토하는 거울).

358p.
..자네는 이전의 가난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걸세. 가난은 훼방꾼이네. 그리고 훼방꾼은 모두 죽여버리지 않으면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네....

433p.
..코시모에게 시간은 주체나 상황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생명 자체였다. 시간이야말로 주어였다. 시간이 이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는 사고방식은 일반상식으로 보면 완전히 거꾸로 된 세계관으로 마치 양화필름과 음화필름을 반전시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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