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p.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정신질환이랑 비슷해." 그녀가 말했다. 벽에 적힌 글자를 낭독하듯이 담담한 목소리로.

214p.
..궁극의 연애와 궁극의 고독—나는 그뒤로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들을 때마다 시나가와 원숭이의 ‘인생‘에 대해 생각에 잠기곤 한다. 작은 온천 마을의 허름한 료칸 다락방에서, 얇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든 늙은 원숭이의 모습을 생각한다. 나란히 벽에 기대어 맥주를 마시면서 그와 함께 먹었던 감씨과자와 진미채를 생각한다.

223p.
..카운터 건너편에는 갖가지 술병이 늘어선 선반이 있었다. 그 뒷면의 벽은 커다란 거울이었고, 내 모습이 비쳤다. 가만히 바라보자니 당연히 거울 속의 나도 이쪽의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때 나는 문득 이런 감각에 휩싸였다—나는 인생의 회로 어딘가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슈트를 입고 넥타이를 맨 내 모습을 바라보는 사이 그 감각은 점점 강렬해졌다. 보면 볼수록 그것이 나 자신이 아니라, 처음 보는 다른 누군가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곳에 비친 이가—만약 나 자신이 아니라면—대체 누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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